JTBC는 지난 30일 '설강화'에 대한 2차 입장문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보다 구체적인 해명을 위해 지난 1차 입장문에 없었던 드라마 중심 전개와 등장인물에 대한 설명이 추가됐다.
JTBC는 "'설강화'는 민주화 운동을 다루는 드라마가 아니다. 극중 배경과 주요 사건의 모티브는 1987년 대선 정국이다. 군부정권, 안기부 등 기득권 세력이 권력유지를 위해 북한 독재 정권과 야합해 음모를 벌인다는 가상의 이야기가 전개된다"라고 일축했다.
가장 문제가 된 남파 간첩 설정과 국가안전기획부(이하 안기부) 미화 논란도 해명했다.
일단 남파 공작원과 그를 쫓는 안기부 요원이 주요 캐릭터로 등장하는 것은 맞지만 이들은 각각 속한 정부나 조직을 대변하는 인물이 아니고 비판적 관점을 부각시키는 캐릭터라는 설명이다.
또 안기부 요원을 '대쪽 같다'고 표현한 것에 대해서는 "그가 힘 있는 국내 파트 발령도 마다하고, 간첩을 잡는 게 아니라 만들어내는 동료들에게 환멸을 느낀 뒤 해외파트에 근무한 안기부 블랙요원이기 때문"이라며 "이 인물은 부패한 조직에 등을 돌리고 끝까지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는 원칙주의자로 묘사된다"고 부연했다.
여자 주인공 이름 은영초(지수 분)는 실존 인물인 민주화 운동 투사 천영초씨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을 받아 들여 수정할 계획이다.
말미에 JTBC는 관련 논란을 '허위사실'이라고 규정하며 "여론을 호도하는 행위를 자제해주시길 부탁드린다. 수많은 창작자들을 위축시키고 심각한 피해를 유발하는 행위"라고 당부했다.
시청자들이 모인 단체 '역사를 지키는 사람들'은 이 같은 JTBC 해명의 모순점을 하나 하나 반박했다.
일단 1987년 대선 정국 자체가 그 해 벌어진 6월 항쟁 결과물이기 때문에 "당시 정권의 이야기가 민주화 운동과 관련 없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이런 민주화 운동을 지우는 것이 '폄훼'나 다름없다는 주장이 거세다.
또 SNS를 통해 퍼진 촬영장 모습을 언급하면서 "공개된 사진에 의하면 일부 배경이 '호수여대'로 등장하고 '해방호수여대'라는 슬로건이 등장한다. 이는 민주화 운동의 성지 중 하나였던 '이화여대'를 떠올리게 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여자 주인공이 그를 '운동권 학생'으로 오인해 치료해 준다는 설정이 어떻게 민주화 운동과 관련 없을 수 있냐"라고 되물었다.
남파 공작원과 안기부 요원 캐릭터 역시 미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입장이다.
'역사를 지키는 사람들'은 "안기부 요원을 긍정적인 인물로 평가한다는 자체가 언어도단이다. 그런 인물은 절대 당시 안기부에 발을 붙일 수 없다"며 "당시 안기부 요원들이 해외 파트에 근무하면서 당시 군부 정권을 위해 어떤 짓을 했는지는 버젓이 알려진 사실이다.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 될 수 없는 묘사"라고 비판했다.
그동안 콘텐츠에서 군사 독재 정권 시절 '내부고발자'나 '정권측 조력자' 캐릭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에서 모티브를 따 온 '남산의 부장들' 김규평(이병헌 분)이, '택시운전사' 속 검문소 군인(엄태구 분)이 그러했다. 그러나 이들 캐릭터는 완전한 허구가 아니라 실존 인물이나 사건 당사자 진술에 의해 만들어졌다.
1987년 당시 안기부 해외 공작원들은 '수지 김 사건'에 관여한 바 있다. 국내에서 직선제 개헌 목소리가 높아지자 국가 주도 하에 조작된 대표적인 간첩 사건으로, 남편에게 살해당한 피해자 김옥분이 간첩으로 몰려 유족들까지 고문 등을 당해 삶이 망가졌다.
결국 해외 파트라고 해서 안기부가 군사 독재 정권 유지를 위해 벌인 각종 사건들과 무관하게 보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더욱이 안기부에 의한 피해자가 남아 있는 현 상황에서는 그러한 내부 인물 해석 자체가 '미화'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지우지 못하고 있다.
남파 공작원이 '비판적 관점'을 부각시킨다는 JTBC 설명에 대해서는 "1980년대의 남파 공작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는 바 아니라면, 긍정적으로 묘사하는 자체를 그만두시기 바란다"며 "수많은 민주투사들과 무고한 시민들이 간첩으로 몰려 각종 고문과 사회적 매장을 당하고 죽기까지 하는 동안 당신들은 무엇을 했길래 남파 공작원이 당시 군부 정권에 반대하는 데 일익을 담당했다는 소리나 늘어놓는 드라마를 만들고 계시냐"고 일침했다.
JTBC가 모든 논란을 '허위사실'이라고 반박한 데는 "허위사실이라고 대중을 협박하기 전에, 당신들이 팔아치우고자 하는 그 87년 6월의 정신이나 되살려보시라. 애초에 모든 논란은 당신들의 시놉시스와 해명문에서 시작됐다"면서 "드라마 '설강화'의 제작중단과 촬영분 전량 폐기를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JTBC 프로그램 '시청자 의회' 시청자 게시판에는 현재도 '설강화' 폐지를 촉구하는 항의글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SNS 상에서는 이미 '#설강화_폐지' '#JTBC불매_채널삭제' 등 해시태그 운동이 활발하다.
한 시청자는 "2차 해명문은 분노를 부른다. 당신들은 스스로 민주화 운동을 얼마나 가볍게 여기는지, 안기부에 아련한 서사를 부여해 이 괴물같은 집단을 얼마나 미화시키고 싶은지 입증했다"며 "창작의 자유, 중요하다. 하지만 자유에는 책임도 따른다. 그 누구도 당신들에게 민주화 역사를 왜곡하고 폄하할 자유를 주지 않았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