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경기 고양시 행주 어민들에 따르면 지난주부터 한강 하류인 행주대교와 김포(신곡) 수중보 사이에서 뱀장어 치어를 잡으려고 설치한 그물에 끈벌레가 함께 걸려 올라오고 있다.
이에 이달 중순부터 이 구간에서 뱀장어 치어 조업을 하고 있는 30여 명의 행주 어민들은 걱정이 앞서고 있다.
어민들은 1인당 80m짜리 뱀장어 치어 포획용 그물 7개씩을 한강에 설치할 수 있다.
30일 오후 행주 어촌계에서 만나 어부 김홍석(61)씨는 "오늘 아침에 걷어 올린 그물에 실뱀장어는 5∼6마리뿐이고 나머지는 전부 끈벌레였다"면서 "올봄도 어김없이 끈벌레가 나타나 걱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수년 동안 행주어촌계 어민들은 이맘때 그물마다 걸려 나오는 끈벌레와 사투를 벌였다.
대다수 죽은 실뱀장어가 끈벌레와 섞인 채로 잡혀 사실상 조업하지 못했다.
올해도 끈벌레가 지난해처럼 다량 출현하면 조업을 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크다.
김씨는 "최근 8∼9년 동안 봄 실뱀장어 조업 때 그물마다 95% 이상이 끈벌레로 가득 찼다"며 "끈벌레에서 나온 점액질로 실뱀장어뿐만이 아닌 다른 치어들도 금방 죽어, 해가 갈수록 조업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날이 풀리면서 예년과 비슷한 시기에 끈벌레가 출현하고 있다"며 "기온이 점차 오르는 다음 주면 끈벌레 출현이 더 많아질 것 같은데, 이런 상태면 올해 실뱀장어 조업은 사실상 힘든 상황"이라고 한숨을 내 쉬었다.
한상원 행주어촌계장은 "그물 1개당 끈벌레가 적을 때는 5㎏, 많을 때는 10㎏씩 나온다"며 "애써 잡은 실뱀장어가 끈벌레와 그물에서 뒤엉켜 죽어 상품 가치가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어민들은 끈벌레 발생에 대해 "행주대교를 기점으로 한강 상류 6∼7㎞ 지점에 있는 난지물재생센터와 서남물재생센터에서 정상 처리하지 않은 하수·분뇨를 한강에 무단 방류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해왔다.
고양시는 2016년 8월 한강 하류에 발생한 끈벌레의 발생원인 등을 밝히기 위해 '한강 수질과 끈벌레류 발생 원인 규명 및 실뱀장어 폐사 원인 등 어업피해 영향조사용역'을 인하대학교 산학협력단에 맡겼다.
인하대 산학협력단은 2018년 11월 말 발표한 최종 보고서에서 끈벌레 발생 원인에 대해 '염분도(소금 농도 12%) 증가'를 가장 유력한 요인으로 꼽았다.
또 어촌계의 주 소득원인 실뱀장어 생산량 감소에 대해선 "최근 몇 년 새 끈벌레가 급증하면서 생물 스트레스 등으로 실뱀장어가 대량 폐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어민들은 말도 안 된다는 입장이다.
한강살리기어민피해비상대책위는 고양시에 낸 의견서에서 "염도가 끈벌레 출현의 원인이라면, 한강과 같은 기수역(강물과 해수가 섞이는 수역)이 있는 낙동강, 영산강 등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나야 함에도 한강 행주 어장에만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심화식(66)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몇 년간 한강 하류에서 발생한 녹조와 신종괴물체인 끈벌레 출현은 오염된 방류수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환경부의 재조사를 촉구했다.
끈벌레는 20∼30㎝ 크기로 머리 부분은 원통형에 가깝지만 꼬리 부분으로 가면서 납작해져 이동성이 좋고 주로 모래나 펄 속, 해조류 사이, 바위 밑에 서식한다.
신경계 독소를 뿜어내 마비시키는 방법으로 환형동물, 갑각류, 연체동물 등 어류를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등 포식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닷속 유해 생물로 알려진 끈벌레는 2013년 봄 한강 하류에 나타나면서 국내에 처음 보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