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부부장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분계선너머 남녘땅에서 울려나오는 잡다한 소리들에 접할 때마다 저도 모르게 아연해짐을 금할 수 없다"며, "특히 남조선집권자가 사람들 앞에 나서서 직접 마이크를 잡고 우리에 대해 뭐라고 할 때가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김여정 부부장은 이어 문 대통령이 지난 26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우려를 표명하며 남북미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한 '서해 수호의 날' 기념사와 지난해 7월 23일 국방과학연구소를 방문한 자리에 한 발언을 인용해 대조한 뒤 "실로 뻔뻔스러움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고 비난을 했다.
김 부부장은 "이처럼 비논리적이고 후안무치한 행태는 우리의 자위권을 유엔 결의 위반이니, 국제사회에 대한 위협이니 하고 걸고드는 미국의 강도적인 주장을 덜함도 더함도 없이 신통하게 빼닮은 꼴"이라며, "미국 산 앵무새라고 칭찬해주어도 노여울 것은 없을 것"이라고 문 대통령에 대한 막말을 이어갔다.
김 부부장은 그러면서 "자가당착이라고 해야 할 가, 자승자박이라고 해야 할 가. 틈틈이 세상이 자기를 어떻게 보는지 좀 돌아보는 것이 어떤가 싶다"는 조롱조의 말로 담화를 마쳤다.
김 부부장의 이번 담화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선전선동부 부부장' 명의로 발표해, 그녀가 현재 선전선동부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은 지난 16일 '3년 전의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 어려울 것이다'이라는 김여정의 담화를 시작으로 18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담화, 26일 리병철 당 중앙 군사위원회 부위원장 담화, 29일 조철수 외무성 국제기구국장 담화에 이어 이날 다시 김여정 담화를 연달아 내면서 남측과 미국에 대한 압박 공세를 이어갔다.
북한은 특히 지난 25일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한 뒤에는 '자위권'이라는 입장을 강조하며 반발하는 상황이다.
아울러 김여정의 이번 담화에서는 당초 발표한 '신형전술유도탄시험발사' 대신 '탄도미사일 발사시험'이라고 표현해 탄도미사일 발사임을 보다 분명하게 인정한 것도 눈길을 끈다.
정대진 아주대 교수는 "김여정이 우리 대통령의 작년 발언까지 인용하여 공격한 것은 미사일 발사에 이어 SLBM 등 향후 점증될 수 있는 위기 국면에서 자위권 논리로 대응하기 위해 명분을 쌓는 측면이 강하다"며, "미국에게는 대북적대시정책 철회와 새로운 계산법을 가져올 때까지 대화재개 의사 없음을 간접적으로 전달하고, 우리 정부에는 현재 대화 의사 없음을 거듭 확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원곤 이대 교수는 "북한의 연속 담화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검토 완료 시점과 맞물려 대미 공세를 강화하는 차원"이라면서, "8차 당 대회에서 공포한 국방력 강화 방침의 지속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향후 다양한 무력시위가 가능함을 보여 준다"고 설명했다.
한편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29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북한의 최근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결의 위반이라면서 이런 행위가 한미일 3국의 대북 공조를 흔들지 못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