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이후 우리에게 '4월'은 어떤 기억과 의미로 남아 있을까. 그해 4월 16일의 기억이 어느 순간 아픔으로 굳어 마음 한쪽에 자리했지만, 쉽사리 꺼내지 못하고 묻어둔 채 상처를 남기고 있을지도 모른다. 다큐멘터리 '당신의 사월'(감독 주현숙)은 그날을 겪고, 기억하는 모두에게 따뜻하게 손을 건네며 마음을 토닥인다.
'당신의 사월'은 2014년 4월 16일의 이야기를 간직하고 살아가는 당신과 나의 이야기를 담아낸 다큐멘터리 영화다. 이를 통해 우리 마음속 깊이 자리하고 있는 희망을 싹틔운다.
그간 많은 다큐멘터리와 방송이 세월호 사건 그 자체나 유가족과 생존자들 아픔을 조명해 왔다면, '당신의 사월'은 중심에서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세월호 사건을 직간접적으로 목격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날의 기억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를 돌아본다. 그렇게 그날 이후를 살아내고 있는 우리네 마음을 제대로 마주하는 영화다.
'전원 구조'라는 오보를 시작으로 무기력하게 세월호가 침몰해 가는 과정을 모두가 목격했다. 눈앞에 세월호가 있었음에도 구할 수 없었다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안타까움으로 발을 동동 굴렀다. 피를 나눈 가족은 아니지만, 나의 동생 나의 형제 나의 친구 같은 이들이 우리 앞에서 떠나갔다는 충격으로 큰 슬픔에 빠졌다.
이러한 과정은 그날을 목격하고, 그날을 기억하는 모두의 마음에서 '트라우마'라는 이름으로 뭉쳐진 채 단단하게 굳어갔다. 치유되지 않은 채 애써 뭉뚱그려 마음 한구석에 담아놓은 아픔과 슬픔의 감정들을 껴안고 7년을 살아 왔다.
그것을 꺼내 볼 시간도 없었고, 그래야 한다는 것도 몰랐다. 그렇기에 영화는 더는 늦지 않도록 우리가 무엇을 목격했고, 왜 슬프고 아파했으며, 왜 그동안 돌아보지 못하고 말하지 못했는지를 평범한 우리들을 통해 이야기한다.
세월호 참사의 직접 당사자인 피해자, 유가족, 생존자가 아니기에 함부로 슬픔을 이야기할 수 없다고 생각해 왔다. 내가 과연 세월호로 인해 아프고 슬펐다고 말해도 될지 스스로를 검열한 이들도 있을 것이다. 기억하고 있지만, 국민을 버린 국가에 분노했지만, 그럴 자격이 있는지 자문하기도 했다.
이렇게 보낸 지난 7년의 세월이, 어쩌면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세월호와 우리 사이에 높다란 벽을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어느새 유가족을 유가족만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만들었고, 우리는 유가족과 분리된 채 우리의 슬픔을 외면하며 살아 왔다.
너무나 큰 사건 앞에 유가족들뿐 아니라 우리 역시 무너졌다. 외면해 왔을 그 감정의 문을 '당신의 사월'이 조심스레 두드린다. 세월호로 인해 트라우마를 가지게 된 우리를 이야기한 이유는 제대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다. 너무나 미안하고 조심스러웠기에 거리를 두었던 이들을 한데 묶어 '우리'가 여전히 함께 나아가야 함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그렇게 이 영화는 우리가 2014년 4월의 기억을 돌아볼 수 있는 용기를 준다.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도 괜찮다고, 혹시나 잊었다면 다시 기억하면 된다고, 미안한 마음에 유가족들에게 손 내밀지 못했다면 이제라도 내밀어 보라고 말한다. 어쩌면 우리는 서로 외롭고 힘들었을 거라고, 이제는 괜찮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절대 강요하지 않는다. 아프게만 다루지도 않는다. 각자 서 있는 자리에서 각자의 방법으로 할 수 있는 것을 하면 된다고 말한다. 그렇게 7년간 꺼낼 수 없었던 말을 꺼내게 만들고, 아프게만 간직했던 마음을 희망으로 바꾼다.
무엇보다 다큐멘터리 '당신의 사월'(감독 주현숙)에 관해 꼭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세월호'라는 이름에 짓눌려 이 영화를 보지 못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는 점이다. 이 영화를 보면 감당할 수 없는 슬픔에 휩싸이는 건 아닐까, 또다시 그날의 아픈 기억을 떠올려야 하는 건 아닐까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영화를 볼 관객들에게는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꼭 자리를 지켜 달라고 당부하고 싶다. 가장 마지막, 관객들을 위해 주현숙 감독이 마련한 선물이 있기 때문이다. 그 작지만 따뜻한 선물을 안고 극장을 빠져나간다면 뭉클함으로 가득한 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86분 상영, 4월 1일 개봉, 전체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