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후보가 현재 시세로 90억원에 육박하는 금싸라기 땅을 헐값에 넘긴 거래 상대방 일가가 시간이 지나 박 후보 아내의 부동산 투자 파트너가 된 셈인데, 박 후보 측은 "오래된 일이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유지 소유권 이전 등기 직후 헐값 매각…부동산 업계 "가만히 있어도 오르는 땅을 왜"
박 후보는 지난 2001년 6월 부산시와 해운대구 중동 590.7㎡(178평) 면적의 시유지에 대한 매매계약을 한 뒤 2005년 7월 26일 소유권 이전 등기를 완료했다.
이 땅과 붙어 있는 똑같은 면적의 시유지는 2004년 6월 11일 서울의 한 건설사에 팔렸다가 같은 날 해운대에 사는 A씨에게 소유권이 넘어갔다.
박 후보는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친 지 불과 3개월여가 지난 같은 해 11월 4일 자신의 땅을 A씨에게 곧장 매각했다. 매매대금은 5억원이었다.
앞서 농협에서 박 후보 땅에 대한 담보대출 근저당 금액을(대출금의 120%~130%) 7억원으로 설정한 것으로 미뤄 보수적으로 봐도 은행에서 산정한 시세의 대략 80% 가격에 땅을 판매한 것이다.
이에 대해 박 후보 측은 "아내의 미술관 부지로 생각하고 샀던 땅인데, 다른 부지를 확보하면서 애초 사용목적이 사라졌었다"며 "당시 국회의원 신분이었고, 투자를 목적으로 샀던 땅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 가격에 판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해운대해수욕장과 가깝고 대로를 끼고 있는 비슷한 조건의 이 일대 땅은 현재 3.3㎡ 당 5천만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업계의 말을 토대로 박 후보가 판 땅의 현 시세를 단순 계산해보면 89억원이 나온다.
실제, A씨가 박 후보로부터 산 땅에서 도로 맞은편의 415.8㎡(126평)면적의 건물이 지난해 6월 74억5천만원에 거래됐다.
한 부동산중개인은 "당시에도 해운대해수욕장 주변에 대로를 접하고 있는 땅은 그냥 둬도 가격이 오른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었을 텐데, 시세보다 싼 가격에 판매했다면 무슨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 아내 2015년~2016년 기장군 청광리 일대 토지 대거 사들여…비슷한 시기 A씨 아들도 인접 토지 잇따라 매수
박 후보와 아내 조씨는 2015년~2016년 사이 기장군 일광면 청광리 일대 대지와 토지, 임야 등 10여필지를 사들인다. 면적으로는 4342.8㎡(1316평) 가량이다.
이 중에는 박 후보 명의의 땅도 있다. 박 후보 측은 "김종학 미술관 건립을 위한 부지를 산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비슷한 시기 제조업과 부동산임대업 등을 하는 B씨도 청광리 일대 토지와 임야를 순차적으로 사들인다. 지분 투자를 포함해 등기부등본상 확인되는 필지만 9곳이다.
눈에 띄는 점은 B씨가 산 대부분의 땅이 박 후보 아내 조씨 소유 땅과 인접해 있다는 점이다.
B씨는 다름 아닌 박 후보로부터 헐값에 땅을 샀던 A씨의 아들. A씨는 현재 아들인 B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법인에 사내이사로 등재되어 있다.
등기부등본상 조씨와 B씨가 함께 이름을 올리고 있는 땅만 도로 4필지, 임야 2필지 등 6곳이나 된다.
시유지를 사 헐값에 판매한 거래 상대의 가족이 10년 뒤 아내의 부동산 투자 파트너가 된 셈이다.
이에 대해 박 후보 측은 "후보가 너무 오래된 일이어서 정확히 기억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기장군 토지는 미술관 건립을 위한 부지 마련이 목적이었지, 투자의 성격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