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박근혜 마약·보톡스' 발언, 명예훼손 안된다"

인권운동가 박래군씨 집회 중 발언, 무죄 취지 파기환송
"공적인물·공적사안 비판은 표현의 자유 넓게 보장"

인권운동가 박래군씨. 이한형 기자
집회 도중 나온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마약·보톡스 의혹을 확인해야 한다"는 발언에 대해 대법원이 명예훼손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25일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기소된 인권운동가 박래군 전 4·16연대 상임위원을 유죄로 본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환송했다.

박씨는 2015년 6월 기자회견을 하던 중 "국민들이 그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대통령이) 4월 16일 7시간 동안이나 뭐하고 있었냐? 혹시 마약하고 있었던 것 아니냐"며 "청와대를 압수수색해서 마약하고 있었는지 한 번 확인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박씨가 세월호 참사 당일 박 전 대통령이 마약을 하거나 피부미용, 성형수술을 위한 보톡스 주사를 맞느라 직무수행을 하지 않았던 것처럼 공연히 허위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기소했다.

원심 재판부는 "발언이 악의적이고 심히 경솔한 표현에 해당해 표현의 자유로 보호될 수 없다"며 "표현이 이뤄진 전체적인 맥락에도 불구하고 박씨가 '박 전 대통령이 마약·보톡스를 하느라 적절히 직무수행을 못했다'는 것처럼 암시해 적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대법원. 연합뉴스
그러나 대법원은 "공적 인물과 관련된 공적 관심사에 관해 의혹을 제기하는 형태의 표현행위에 대해서는 일반인에 대한 경우와 달리 암시에 의한 사실적시로 평가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박씨가 당시 4·16연대 사무실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수색에 대해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과정에서 세간에 널리 퍼진 의혹을 제시한 것"이라며 "'(대통령이) 마약·보톡스를 하느라 직무수행을 하지 않았다'는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국가기관인 대통령의 직무수행이 적정한지에 대해 비판하는 내용인 만큼 특히 표현의 자유가 폭넓게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박씨가 발언을 통해 밝히고자 한 사실관계는 '마약·보톡스를 했는지 여부'가 아니라 '대통령인 피해자가 세월호 참사 당시 제대로 국정을 수행했는지 여부'라는 점에서 공익 관련성이 크다는 점도 고려됐다.

대법원 관계자는 "공적 사안에 대한 명예훼손죄는 보다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는 점과 함께 공직자 개인에 대한 악의적이고 심히 경솔한 공격이 아닌 한 처벌할 수 없다는 기존 법리를 재확인했다"며 "공적 영역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강조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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