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도지사는 이른바 빚 없는 도정, '채무 제로'를 선언했고, 현직 도지사는 코로나19로 경제가 어려울 때 '적극 재정'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기조가 충돌한 탓이다.
채무 논란은 지난 18일 도의회 5분 자유발언에 나선 국민의힘 성낙인 의원으로부터 시작됐다.
성 의원은 "지방채 발행량의 가파른 증가 추세가 이어진다면, 민선 7기 임기를 마칠 시점에 채무가 1조 원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과다한 지방채 발행과 채무상환 부담은 재정 건전성을 훼손하고 미래세대에 과도한 재원부담을 전가하는 것"이라며 건전한 재정 운영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그러자 경남도는 즉각 반박했다.
도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채무 비율이 6.4%로, 전국 평균 추정치 12.48%의 절반에 불과하다며 "도민이 충분히 안심해도 될 수준"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지방세와 세외수입 증가세가 둔화하고 지방교부세가 감소함에 따라 경제와 민생을 살리는데 부족한 재원 마련을 위해 도의회 동의를 얻어 발행한 지방채라는 점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올해 계획된 3천억 원의 지방채를 발행하더라도 도의 재정 건정성에는 크게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끝나는가 싶었더니 논란은 여야 간 논평 대결로 이어졌다.
국민의힘 경남도당 천영기 대변인은 21일 "유감스럽게도 김경수 도정이 채무 1조 원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어 걱정이 태산"이라며 "도의 채무는 걷잡을 수 없이 증가해 민선 7기 임기 말에는 채무 1조 원이 된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홍준표 전 지사 시절 경남은 채무 제로를 달성했고, 당시 도는 채무를 갚기 위해 마른 수건을 쥐어짜는 도정을 펼쳤다. 진주의료원 폐쇄도 이런 일의 한 일환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로부터 불과 4년이 채 지나지 않은 지금 경남은 이 지경이 되고 말았다"며 "김경수 도정은 코로나19라는 특수상황 때문이라고 변명할 것"이라며 "그 빚더미는 결국 누구의 것일까? 바로 우리 도민 여러분의 것으로 돌아온다. 그런데도 공평과 투명을 말하고 있으니 소가 웃을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자 민주당 경남도당 김지수 대변인은 "당시 홍준표 전 지사가 '쥐어짠 마른 수건'이 무엇이었는지 도민들께 답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우선 "감사원의 2016년 경남도에 대한 감사 결과 재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18개 시군에 지급해야 할 조정교부금을 지급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시군에 지급할 재정을 저당 잡아 홍 전 지사의 치적을 만든 것과 다름 없다"고 따졌다.
그리고 "국민의힘은 홍 전 지사가 채무제로라는 치적을 쌓기 위해서 서부지역 공공의료를 책임지는 공공병원을 폐업했다고 자백했다"며 "대법원은 2016년 판결에서 '진주의료원 폐업 결정은 권한 이상의 행위로 위법하다. 하지만 도의회가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를 제정해 사후적으로 정당화됐다'고 판단했다. 국민의힘은 부끄러운 줄 아시라"고 비판했다.
이어 "홍 전 지사의 재임 기간 동안 경남도는 채무제로 구호 아래 강성홍위병의 무법천지 해방구였다"며 "국민의힘은 18개 시군과 도민의 미래를 위한 투자와 코로나19 상황에 고통받고 있는 도민을 위한 재정지원 정책에 대한 저주를 그만두기 바란다. 도민들이 싫어한다"고 강조했다.
김경수 지사도 취임 후에 "곳간 열쇠가 아닌 빚 장부를 받은 것 같다"며 홍 전 지사가 가장 큰 치적으로 내세운 '채무제로' 정책을 다음과 같이 비유하며 비판했다.
"벌이가 좋으면 남는 것을 가지고 빚을 갚아야지, 집에 있는 솥단지까지 다 팔면서 빚을 갚으면 뒤에 와서 살림하는 사람은 새로 사야 하지 않냐. 도정의 재정을 운용할 때 최소한의 비용들은 남겨놨어야 하는데 그것을 전부 빚 갚는다고 써버리니까 살림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한편, 홍 전 지사가 2016년 심은 채무제로 기념식수는 애초 사과나무였다. 그러나 사과나무가 말라 죽자 수종(주목)을 바꿔가며 두 차례 더 새로운 나무를 심었지만, 역시 말라 죽어 철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