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과 참여연대는 17일 농사를 지을 생각이 없으면서도 투기 목적으로 농지를 매입한 것으로 보이는 농지법 위반 사례 37건을 폭로했다.
이번 조사는 경기 시흥 과림동 일대에 한정해 진행한 것이다. 만일 다른 3기 신도시 대상 지역으로 범위를 넓힐 경우, 농지법 위반 의심 사례가 대거 추가로 발견될 것으로 보인다.
민변과 참여연대는 2018년부터 2021년 2월까지 거래된 과림동 일원의 전답을 전수조사했다. 적발된 투기 의심 사례 37건 중 토지거래 가액이나 대출규모가 농업 경영목적이 아니라고 의심할 만한 경우가 18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밖에 농지 소재지와 토지소유자의 주소지가 멀어 농업 활동이 사실상 어려운 사례가 9건, 다수 공유자의 농지 매입 사례가 6건, 현장 실사 결과 농업 외에 다른 용도로 이미 사용하고 있는 경우가 4건 등이었다.
이번 투기 의혹과 연관된 토지는 총 7만360㎡(약 2만 1300여 평) 규모로 총 매입액은 310억 원에 달한다.
이런 식의 농지법 위반 투기가 행해질 수 있었던 것은 현행 농지법 규정이 허술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들 단체 설명을 보면, 농지법 규제는 1990년대 초반부터 조금씩 완화돼 왔다. 통작거리는 20㎞, 8㎞로 완화되더니 1994년 아예 사라졌다.
비농업인이 별다른 제한 없이 농지 소유와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농어업경영체 육성법이 2009년 제정되자 농지 투기는 극심해졌다. 두어달 만에 농업법인을 설립해 땅을 사고 단기간에 나눠 팔아 차익을 올리는 기획부동산이 성업한 배경이다. 현행법상 주말농장이나 체험용 영농을 하려는 사람도 1000㎡ 미만의 농지를 소유할 수도 있다.
김호 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은 "LH 직원들 투기의 98.6%가 농지였다. 뿐만 아니라 국회의원의 25%, 고위공직자의 38%가 농지를 소유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농지 취득 관련 규정을 강화하고 비농업인의 농지 소유 예외 규정을 대폭 축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재 친환경농업인연합회 회장은 "이번 기회에 비농업인의 농지 소유를 전수조사하고 전국 농지를 관리하는 전담기구를 신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흥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투기 대상이 되버린 농지를 국가가 수용해서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청년 농업인들이 앞으로 10년, 20년 마음 놓고 농사할 수 있도록 임대제도를 운영해야 한다"고 했다.
경실련은 정부에게 대대적인 투기 의혹 농지 전수조사를 촉구하는 한편, 이날부터 별도로 공직자 부동산 관련 신고센터를 출범하고 운영한다고 밝혔다. 신고 대상은 모든 공직자와 친인척, 지인 등이다. 경실련은 제보된 내용을 자체 조사하고 형사고발 등 법적 조치까지 진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