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세종시 연서면 와촌리에서 만난 주민 A씨는 이른바 '벌집'이라 불리는 조립식 건물을 바라보며 이같이 말했다.
이곳에서 수십 년을 살았다는 A씨는 "땅값을 목표로 건물을 지은 게 아니고 아파트 딱지(이주권) 하나 갖겠다고 이걸 지은 것 아니겠냐"며 "이거 한 채 값보다 딱지값이 비싸니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종시 연서면 와촌리·신대리·국촌리·부동리 일원(330만㎡)은 2018년 8월 스마트 국가산단 후보지로 선정됐는데, 산단 지정 전후로 이 일대에 조립식 건물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취재진이 투기 의혹이 제기된 와촌리 일대를 직접 가보니 비슷한 모양의 조립식 주택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집 앞마당에는 우편물과 주소 안내판이 나뒹굴고, 에어컨 실외기에는 잡초가 감겨있었다. 사람이 사는 흔적을 찾기는 어려웠다.
주택 바로 앞쪽에는 광활한 농지가 펼쳐져 있었고, 비교적 오래돼 보이는 주변 주택 사이로 빨간 우체통이 달린 새 조립식 주택들은 눈에 띄었다.
주택들 맞은편에는 넓은 복숭아밭과 소를 키우는 대형 축사가 있었다. 마스크를 낀 상태에서도 분뇨 악취를 맡을 수 있었다. 이 일대에는 인적이 매우 드물었다.
인근에 사는 70대 주민은 "(조립식 주택에) 사람들이 가끔 왔다 갔다는 한다"며 "산업단지 지정이 되며 이런 주택이 상당히 많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파트 딱지 하나 받으면 몇억이니 돈 벌라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산단 보상으로 아파트 분양권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보상 과정에서 원주민의 신도심 이주를 위한 '딱지'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을 것으로 주민들은 보고 있는 것이다.
현재 세종시 모 공무원은 지난 2018년 국가산단 지정 이전에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연서면 와촌리 국가산단 내 토지를 매입한 뒤 보상을 목적으로 실거주하지 않는 건축물인 이른바 벌집촌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세종시의회 모 의원 역시 2018년 산단 지정 전에 지인들과 함께 와촌리 일대 부동산을 매입한 뒤 국가산단 확정에 기여했다는 제보가 나온 상황.
이에 따라 세종시가 투기 의혹이 제기된 연서면 스마트 국가산단에 대한 특별조사에 나섰고, 경찰도 수사에 착수했다.
반면 와촌리에 조립식 주택을 가진 한 주민은 "순수한 마음으로 들어온 사람까지 똑같이 보니 억울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주민 이모(50)씨는 취재진과 만나 "그런 의도를 갖고 한 사람이 있고 의도와 무관하게 들어온 사람이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씨는 "땅을 산 시점은 국가산단 얘기도 나오기 전인 2017년 11월부터 2018년 1월까지"라며 "집도 생각이 없었는데 동네 분들이 지나가면서 옛날 집을 치우고 깔끔하게 해주면 좋겠다는 말에 집을 짓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투기꾼이 되려면 농지를 사서 변경하고 집 짓는 게 훨씬 이득"이라며 "굳이 뭐하러 가격이 제일 비싼 동네에서 땅을 사겠냐"고 되물었다.
주민 A씨는 "땅이 주변 시세의 1/10 가격으로 팔리면 어디 가서 땅을 또 살 수 있겠나"라며 "남의 동네 들어가 적응하는 것도 힘든데 내 농토도 줄여가야 하니 서러울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A씨는 "산단으로 묶이는 4개 리는 거래개발 제한이 된 반면 주변 지역은 30만 원, 50만 원 하던 게 지금은 200, 300만 원까지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주민 역시 "산단이 온다는데 우리처럼 땅 가진 사람들에게 공시지가로만 보상을 하겠다면 내놓을 사람이 누가 있겠냐"라며 "현시가로 주지 않는다면 정부에서 국민 개인 땅을 뺏어가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