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팍한 상술로 어린이 건강 위협,''묻지마 초콜릿''

중국발 멜라민 파동의 악몽이 아직도 생생하지만 발렌타인데이를 틈타 초등학교 앞 문방구 등에서는 유통기한이 지난 것은 물론 원산지를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저가 초콜릿이 버젓이 팔리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 A 초등학교 앞에 위치한 간판도 없는 조그만 가게.

영어로 ''Golbon'', ''TUVANA'' 등이 적힌 100원 짜리 초콜릿들이 낱개로 수북히 쌓여 팔리고 있었다. 하지만 제품명만 표기돼 있을 뿐 어디 산이고 유통기한은 언제까지인지 전혀 알 수가 없다.

''TUVANA'' 초콜릿이 담긴 통 밑을 살펴보니 유효기간은 2007년 2월까지. 무려 2년이나 지난 제품을 어린 학생들에게 팔아 왔던 셈이다.


마포구의 한 초등학교 인근 B 문구점에서는 주인이 ''중국산''이라고 밝힌 정체불명의 초콜릿이 팔리고 있었다.

하나 같이 영어로 된 표기된 제품명 뒤에 상품정보로 보이는 글자가 빼곡히 적혀있기는 했지만 한문이거나 알 수 없는 언어들이었다.

20분쯤 뒤 해당 문구점을 다시 찾아가 보니 초콜렛 진열대가 아예 치워져 찾아볼 수 없었다. 이유를 묻는 질문에 주인은 "좋은 걸 사려면 큰 가게로 가고 안 살거면 가라"고 윽박질렀다.

밸런타인 데이를 준비하는 어린 학생들은 이처럼 어느 나라, 어느 회사에서 어떤 원재료를 사용했는지조차 제대로 알 수 없는 ''묻지마 초콜릿''을 ''싼 맛에'' 사고 있었다.

B 문구점 앞에서 만난 김은영(가명,5학년) 어린이는 "중국산인 줄 알고 샀다"며 "작년 밸런타인 데이 때도 이런 걸로 선물을 줬다"고 말했다.

인근 초등학교 앞에서 만난 이다영(가명,5학년) 어린이 역시 "저는 100원 짜리 초콜렛 좋아한다. 남자애들이 이렇게 싼 것도 좋아한다"고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밸런타인 데이를 이용해 동심을 노리는 얄팍한 상술에 부모님들은 자녀들의 건강을 망칠까 걱정이 앞서는 모습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김규화(42)씨는 "멜라민 파동도 있었고 애들 몸에 나쁘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아예 용돈을 안주고 못 먹게 한다"고 말했다.

박명숙(49)씨 역시 "관계당국이 강력하게 단속하는 것 같지도 않고 부모가 아이에게 주의를 주는 수밖에는 없는 것 같다"며 답답해했다.

이 같은 과자류는 주로 중국이나 남미, 유럽으로부터 수입돼 서울 남대문시장과 영등포시장의 도매상을 거쳐 최종 소비자인 어린이에까지 전달된다.

수입상들은 "세관에서 무작위로 샘플을 추출해 검사하기 때문에 성분 표시가 안돼있거나 문제가 있으면 수입 자체를 할 수 없다"고 말하지만 이 같은 안전성에 대해 관련 업계나 시민단체들은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아이쿱생협 이진백 홍보팀장은 "성분표시나 유통기한 등을 확인하고 최종 선택하는 것이 소비자들의 몫이라고 봤을 때, 학교 앞 저가 초콜릿들은 가격적인 부분만 인식하고 물건을 고르는 초등학생을 이용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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