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CBS노컷뉴스가 살펴본 인권위 결정문에 따르면, 인권위는 지난 8일 피해자인 전직 비서 A씨 측에 송부한 결정문에서 해당 사건을 언급했다. 인권위는 "우리나라에서는 서울대 화학과 실험실의 여성 조교가 남성 교수의 신체적 접촉이나 성적 제의를 거부한 것을 이유로 해임당했다"며 "지난 1993년 10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을 계기로 '성희롱'이라는 용어가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고 짚었다.
직장 내 성희롱이 성폭력이라는 개념이 희박했던 당시, 박 전 시장은 피해자인 우모 조교의 무료 변론을 자처했고, 1998년 6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신 교수가 우 조교에게 500만원을 지급하라는 최종 판결을 이끌어냈다.
다만, 인권위는 "성희롱에 대한 법제화는 성희롱이 사적 문제가 아니라 직장 내 위계질서 또는 권력의 불평등에서 발생하는 성차별의 문제로 국가가 개입해 규제해야 할 사안이란 점을 명확히 해야 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박 전 시장의 이름은 따로 거명하지 않았다.
인권위는 일부 입증이 어려운 경우를 제외하곤 대체로 피해자 A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이 A씨에게 보낸 속옷 사진과 메시지, 이모티콘을 목격했다는 참고인 진술과 박 전 시장이 A씨가 한 '네일 아트'를 언급하며 손을 만진다고 들었다는 주변인의 증언, 박 전 시장이 A씨를 텔레그램 비밀대화방으로 초대한 사실 등을 들면서 "피해자의 주장은 사실로 인정된다"고 말했다.
다만, 내실에서 박 전 시장이 A씨에게 '안아달라'고 했다는 주장을 두고는 "피해자가 일관된 진술을 하고 있고 대화 맥락을 고려하면 그 주장을 상당히 신뢰할 만하다"면서도 "정신건강의학과 상담기록지 등은 고소 결심 이후 작성되었고, 박 전 시장의 진술을 청취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사실인지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그러면서도 "박 전 시장의 진술 청취 등 박 전 시장이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임을 고려하여 다른 성희롱 사건보다 사실인정 여부를 좀 더 엄격하게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 전 시장의 행위는 직장 내 업무관계에서 이뤄진 것으로 서울시장과 비서라는 권력관계 및 사회적 지위의 격차로 인해 행위 발생 당시 피해자가 직접적으로 싫은 기색이나 반응을 보이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특히 심기와 컨디션을 보살펴야 하는 비서업무의 특성상 상사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 그 상황을 모면하는 것이 직급이 낮은 여성비서로서는 최선의 선택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경찰청의 정보경찰들이 A씨의 신원 등 사건내용을 시(市) 관계자들에게 퍼뜨린 사실도 확인됐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정보경찰의 업무범위를 명확히 설정하고, 정보경찰이 직무상 원칙을 숙지할 수 있도록 교육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경찰청장에게 권고했다.
앞서 인권위는 지난 1월 25일 박 전 시장의 언동이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직권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일반적으로 성희롱 사건 관련 결정문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