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대한 지나친 양보로 국민 혈세를 낭비했다는 비판이 불가피하지만 현실적 제약 요인도 상당했기 때문이다.
한미 양국은 10일 2020년~2025년 6년간 유효한 제11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을 최종 타결했다.
지난해 방위비 분담금은 전년도 수준(1조 389억원)으로 동결하되 올해 총액은 13.9% 증액한 1조 1833억원으로 올리고, 이후 4년간은 매년 국방비 증가율과 연동하는 '1+5년' 방식이다.
일단 새 협정의 적용 첫해 방위비 분담금 동결은 성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듬해 14% 가까이 크게 오르고 여기에다 국방비 증가율까지 연동하게 되면 재정적으로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최근 10년 가까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 미만이었고 지난해에는 0.5%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국방비 증가율을 새 적용 기준으로 삼는 것은 부담을 배가시키는 부분이다.
국방중기계획의 국방비 증가율(약 6%)을 적용할 경우 2025년도 방위비 분담금은 1조 5005억원으로 지난해의 1조 389억원보다 약 4616억원 늘어난다. 5년만에 44% 이상 증가하는 셈이다.
물론 정부와 국회의 예산 심의 과정에서 국방비 증가율이 다소 낮아질 여지는 있다. 그러나 물가 상승률 대신 국방비 증가율을 적용키로 한 것은 방위비 분담금 인상폭이 과거와는 크게 달라질 것을 의미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5배 증액이라는 억지를 부렸던 것을 고려하면 13.9% 인상도 선방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기존의 물가상승률 기준을 양보한 것은 매우 아쉬운 대목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퇴진 이후에도 그림자처럼 남아있는 '미국 우선주의' 여파와 미국의 중국 견제를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이란 환경 변화 속에 한미동맹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고충도 엿보인다.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동맹 무임승차론'의 핵심 근거로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집중 부각했던 사실에 주목해왔다.
뒤이은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 중시를 표방하고는 있지만 전임 행정부의 방위비 협상 '성과'를 굳이 부정할 이유는 없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이번 합의는 미국의 중국 포위 전략에서 한국에 대한 참여 압박을 다소나마 낮추는 방편으로 방위비를 인상해주고 6년짜리 다년 계약으로 주한미군의 주둔 안정성을 강화한 측면도 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방위비 협상은 한미동맹에 대한 일종의 리트머스 시험지로서, 동맹을 거래가 아니라 가치를 공유하는 제도로 여겨야 함을 협상을 통해 느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