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끝났는데도 해산 안 하는 수상한 조합들…서울만 63개

준공 후 10년 넘게 해산 안 하는 조합도 16개 …입주자들 추가 분담금, 소송비 등 피해
서울시 15일부터 일제 조사 "불법 드러나면 사법기관에 수사 의뢰"

이한형 기자
공사가 끝난 뒤에도 해산하지 않아 사업비 청산을 하지 않거나 추가 분담금과 소송비 등으로 입주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재개발·재건축 조합이 서울에만 63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16개 조합은 아파트가 준공된 뒤 10년이 지났는데도 해산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시는 이처럼 공사가 끝난 뒤에도 해산하지 않고 있는 63개 조합에 대해 오는 15일 부터 첫 일제조사에 나선다고 9일 밝혔다.

서울시에 따르면 재개발과 재건축 사업을 위해 결성된 조합은 사업이 끝나면 해산하고 남은 자금은 청산해 조합원들에게 돌려줘야 하지만 일부 조합은 아파트가 다 지어지고 입주가 완료됐는데도 조합을 해산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조합원들은 사업비 청산은커녕 추가 분담금이나 소송비 등으로 금전적 피해를 입고 있다.

조합장이 남은 조합운영비를 사적으로 유용하거나, 조합장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불필요한 소송을 제기하면서까지 수년 간 해산을 고의로 지연한 사례도 적발됐다.

해산하지 않은 조합 63개 가운데 20개에서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그래픽=고경민 기자
서울시의 이번 일제조사는 지난 2019년 개정된 서울특별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를 기반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조례는 시가 조합에 관련 자료 제출을 명할 수 있고, 조합 청산, 해산을 위해 전문조합관리인을 선정하도록 자치구청장에게 권고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는 공사후 조합이 언제까지 해산해야 하는지에 대한
규정이 없어 조합들이 불분명한 사유로 조합을 해산하지 않아도 법적으로 제재할 근거가 없어 집행부와 조합원 간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다.

서울시는 이번 일제조사를 통해 각 조합별로 해산이 되지 않고 있는 사유를 면밀히 파악하고 조합운영 전반에 대해 조사해 조합의 해산과 청산을 유도하기 위한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조사와 현장점검을 통해 공사완료 후 추진현황, 조합 미해산 사유(소송 현황 포함), 조합 해산계획, 남은 자금현황 및 회계처리, 조합 행정, 정보공개, 민원내용 등 조합운영 전반을 조사해 미해산 원인을 집중적으로 분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현장점검 과정에서 불법사항이 적발될 경우 사법기관에 수사의뢰하고, 적발된 사안이 경미하거나 개선이 필요한 경우엔 시정명령 등 행정조치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미해산 조합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국토교통부와 공사완료 후 조합해산 절차와 시기를 명확하게 명시하는 내용으로 관련 법령 개정절차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김성보 서울시 주택건축본부장은 "그동안 재개발, 재건축 사업이 끝난 후에도 불분명한 사유로 조합 해산을 고의적으로 미루는 사례가 발생했고, 이는 조합원들의 금전적인 피해로 이어졌다"며 "이번 일제조사를 통해 조합 미해산으로 발생할 수 있는 비리를 차단하고 조합원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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