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내부에선 남아있는 중대범죄 수사권마저 중수청으로 이관될 경우 각종 실무적 혼란상과 범죄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문제의식을 토대로 향후 헌법소원 제기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관련 법안을 검토하는 기류다.
여당이 '3월초 발의‧6월 처리' 방침을 세우고 있는 중수청 설치 관련 법안의 주요 골자는 중수청이라는 새로운 기관을 만들어 검찰의 6대 범죄 수사권(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산·대형참사)을 옮기고, 검찰은 공소 제기와 유지만 담당하는 '공소청'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것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가 현실화 된 뒤 남게 된 검찰의 중대범죄 수사권도 모두 박탈하겠다는 내용이어서 '검찰개혁 시즌2 법안'으로도 불린다.
대검찰청은 현재 산발적으로 발의된 중수청 설치 관련 법안에 대한 일선 검찰청의 의견을 취합 중인 것으로 26일 알려졌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부터 법안 의견조회 요청을 받은 법무부는 대검을 통해 모인 의견을 국회로 전달할 예정이다. 발의된 법안으론 강경파로 꼽히는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의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같은당 김용민 의원의 '공소청 법안'이 대표적이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도 "넘겨받은 기록을 검토하는 데에만 수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고, 사건 처분도 기존보다 훨씬 늦춰질 게 뻔하다. 피의자로선 불확실한 상황이 계속되는 것으로 인권침해에 대한 문제제기도 뒤따를 것"이라며 "간접적으로 사안을 접한 검사가 공소유지는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가"라고 우려했다.
지방검찰청의 한 간부도 "중대범죄를 둘러싼 실체적 진실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고, 이렇게 되면 금력‧권력을 쥔 자들은 웃게 될 것"이라며 "이런 중요 법안에 대해 찬반 의견이 치열하게 논의되는 제대로 된 공청회도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검찰 내부망에는 '수사‧기소 완전분리는 세계적 추세'라는 여당의 논리를 반박하는 글들도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도 중대범죄 수사권 박탈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인 입장으로 파악된다. 윤 총장은 '검사의 배틀필드(전장·戰場)는 법정으로, 수사는 재판을 준비하는 과정'이라는 인식이 강한데, 현재 논의대로 중수청 설치가 현실화 되면 재판 준비 과정 자체가 허물어진다고 보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일각에선 윤 총장이 적절한 시점에 직접 반대 입장 표명을 할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편 검찰의 반대와는 별개로 여권 안팎에서도 중수청 설치에 대한 신중론이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론 청와대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 중수청 설치와 관련한 대통령의 의중은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여당 법사위원장 출신인 이상민 의원도 "지금 이 시점에서 중수청을 별도로 신설하는 건 마땅하지 않다. 오히려 지금 우리가 먼저 해야 할 일은 공수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이 잘 정착 운영되도록 정밀하게 집중 관리하는 것"이라며 공개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검찰 견제 차원에서 만들어진 공수처의 수장인 김진욱 처장도 "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 제도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며 신중론을 내놨고, 법무부 내부에서조차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여당은 조만간 당론을 모아 관련 법안을 발의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최종안이 나올 경우 다시 한 번 여권과 검찰과의 파열음이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