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경제가 안정적인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될 때까지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준금리는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지난해 3월과 5월 각각 0.5%포인트, 0.25%포인트 내린 이후 동결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 현재 기준금리는 역대 최저수준이다.
원자재 값 인상과 경기개선 기대감 등으로 인플레이션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지만 '경기 부양'이 강조되면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섣불리 기준금리를 올렸다가는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이 늘어나 소비와 투자가 더 위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기준금리를 더 내리기도 쉽지 않다. 인하한다고 해도 정책효과를 장담할 수 없는 데다 부동산·주식 등 자산시장 과열 논란이 거세질 수 있다.
한은의 이번 기준금리 동결은 코로나 여파로 국내 경기 상황이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 경제를 지탱해 온 수출은 올해 1월 작년 동기 대비 11.4% 증가한 480억1천만달러를 기록하며 전달에 이어 두 자릿수대 증가율을 나타냈다.
그러나 대면업종 소비감소 등 전반적으로 경기하강 국면이 이어지면서 체감경기는 여전히 냉랭하다.
통계청 발표를 보면 지난해 12월 서비스업 생산은 전달에 비해 2.0% 감소했다. 숙박·음식점(-18.5%), 운수·창고(-14.2%), 예술·스포츠·여가(-33.0%) 등이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의 직격탄을 맞았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은 0.2% 감소했다. 카드대란이 벌어졌던 2003년(-3.1%)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승용차 등 내구재(10.9%)는 늘었지만 의복 등 준내구재(-12.2%), 화장품 등 비내구재(-0.4%) 판매가 줄어든 결과다.
취업자 감소는 지난해 3월 이후 11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다. 외환위기 당시(1998년 1월~1999년 4월) 16개월 연속 감소한 이후 최장 기간이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수출경기가 좋아지는 부분이 있지만 코로나로 인한 내수위축과 고용 사정이 좋지 않다"며 "올 한해 기준금리 동결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경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는 것이 한은의 진단이다. 앞으로 경제 흐름은 코로나 확산세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또 백신접종에 따른 집단면역 형성 정도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