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엔 대통령의 뜻이 반영된다는 원론적인 발언으로 비춰지지만, 최근 단행된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서 박 장관이 청와대와 충분한 조율 없이 독단적으로 인사를 단행했다는 논란의 한 가운데서 나온 말이라 이목을 끌었다. 이를 두고 결국 '신현수 패싱'의 실질적 주체가 문재인 대통령 아니냐는 물음표와 함께 향후 인사 기조도 기존과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박 장관은 이날 신 수석 사의 논란이 번진 이후 처음으로 입장 표명을 통해 소통 부족을 인정하고, 신 수석과 직접 만나 갈등 해소 시도를 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법무부 청사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보다 더 소통을 하겠다. (신 수석이) 민정수석으로 계속 계셔서 우리가 문 대통령의 좋은 보좌를 함께 하길 진심으로 희망 한다"며 "얼마든지 따로 만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갈등의 핵으로 작용한 검찰 고위 인사가 어떤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확정됐는지, 왜 신 수석의 의견이 배제됐는지 등 관심이 집중된 구체 과정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다만 박 장관은 "법률상으론 대통령이 인사권자고, 법무장관은 제청권자다. 여기에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게 돼 있다"며 "밀실 대화에 의한 결론이라는 비판을 받고 싶지 않았다"고 밝혔다. '소통의 공식화'를 강조하며 본인이 제청권자임을 언급한 대목이라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를 했다는 의미로 읽히지만, 이 보고 과정에 신 수석이 아닌 다른 전달자가 끼어있는지 여부 등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점이 많다.
여권 내에선 신 수석을 건너 뛴 박 장관의 독단 행보가 결국 '사고'로 귀결됐다는 책임론이 제기되는 가운데, 그가 관심이 쏠린 첫 입장 표명 과정에서 '검찰 인사엔 대통령의 뜻이 반영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자 법조계에선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신현수 패싱' 인사도 대통령의 뜻에 따라 이뤄졌다는 얘기를 우회적으로 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박 장관은 '(논란의) 인사를 주말로 앞당겨서 한 건 장관의 의사를 대통령이 수용한 결정이었냐'는 질문도 받았지만 "과정에 대한 질문이기에"라며 즉답을 피했다.
민정수석 출신으로서 검찰 인사 과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문 대통령이 신 수석 배제 사실을 모르기 어렵다는 지적도 '패싱 주체'가 대통령 아니냐는 의구심을 키우는 요소다. 한 검찰 출신 인사는 "장관이 인사안을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대통령이 뭔가 비정상적인 상황을 알고도 재가를 했다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결국 신 수석은 국면전환용 보여주기식 카드였던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여권과 검찰 간 파열음을 줄이는 데 무게를 뒀던 신 수석의 업무공백 상황에서도 최근 법무부가 검찰 인사위원회 소집 일정을 조율 중인 점을 두고도 "결국엔 기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사위 논의와 이에 따른 중간간부 인사는 늦어도 다음 주 중엔 이뤄질 전망이다. '추미애 법무부 체제'에서 윤 총장 징계 실무를 맡았던 이들의 영전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신 수석 관련 논란이 일파만파로 커지면서 대통령과 여권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이를 의식한 듯 박 장관은 "지금 법무부와 대검찰청 사이에서도 대화를 나누고 있다"며 "신 수석이 돌아오면 최종적인 조율이 끝날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신 수석은 19일까지 휴가를 낸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