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교육청, 행정업무 덜겠다는데…학교서는 '곡소리'

전체 학교 246곳 중 교무행정전담팀 163곳, 66%
신학기 2주 앞두고 33곳, 34% 팀 구성조차 못해
업무 분장 이뤄지지 않고 학교 구성원들 갈등만
교육감 공약, 교육청 치적 쌓기에 학교 볼멘소리

울산광역시교육청 전경. 울산교육청 제공
울산시교육청이 학교 행정업무를 줄이고 교사가 수업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추진하고 있는 교무행정전담팀 구성이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교무행정전담팀을 둘러싼 업무 분장 갈등과 전담 인력 확보 없이 시교육청이 무리하게 추진하다 보니 학교 현장에서는 혼란과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18일 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울산지역 초·중·고교(특수 포함) 전체 246곳 중 교무행정전담팀이 구성된 곳은 163곳, 66% 이다.

나머지 33곳, 34%은 구성 중에 있거나 구성조차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3월 새학기를 앞두고 일선 학교에서는 혼선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시교육청은 지난해 12월, 전 학교에 교무행정전담팀을 의무적으로 두는 내용의 '2021년 교육활동 중심의 학교업무정상화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주 내용은 교무행정전담팀을 두어 담임교사에게서 행정업무를 줄여주는 대신 학생이 중심되는 수업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거다.

여기에는 기존 교직원의 업무에 있어서 불필요하고 관행적인 업무를 과감하게 줄여, 행정 업무를 경감시킨다는 것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전체 학교의 3분의1 가량이 교무행정전담팀을 구성조차 못하고 있어 시교육청의 행정업무 정상화는 헛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우선, 교무행정전담팀을 구성하지 못한 학교를 차치하더라도 팀을 구성한 학교에서도 업무 분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교무행정전담팀 구성원은 교(원)감, 비담임교사, 교육업무실무사로, 일반 행정과 교육활동을 제외한 나머지 교무행정 업무를 맡게 된다.

문제는 구체적인 업무 분장이 정리되지 않고 있다는 것.

울산실천교육교사모임 관계자는 "명칭만 교무행정전담팀으로 달라졌을 뿐 기존 학교에서 정리해놓은 업무분장표와 달라진 내용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시교육청이 각 학교에 행정전담팀을 의무적으로 구성해야 한다고 하면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아 구성원들 간 갈등만 야기하고 있다"고 했다.

울산 학교비정규직노조 연대회의는 지난해 12월 30일 기자회견을 열어 시교육청이 교육업무실무사들에게 업무폭탄을 강요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반웅규 기자
게다가 교무행정전담팀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학교 구성원들 간 내홍을 겪고 있는데다 선뜻 나서겠다는 교사도 적다는 거다.

가령 팀을 전담하겠다며 보직을 맡을 교사가 없다는 것.

교사들이 업무가 과중될 것을 꺼리는데다 만일 팀을 맡을 경우, 담임직을 내려놓아야 해 인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또 팀을 맡게 된 교사의 수업시수를 10시간 줄여야 하는데 수업을 나눠 맡게 될 다른 교사들이 부담을 떠안야 한다는 부분도 있다.

한 교사는 "인력 충원 없이 교직원 숫자는 그대로인데 누군가가 수업이든 행정이든 업무를 더 맡아야 한다면 선뜻 나서기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학교비정규직노조 관계자는 "교무행정전담팀 구성을 이유로 공무직인 교육업무실무사에게 업무를 전가하고 강요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누군가에게 일방적으로 업무를 떠넘기게 되는 구조니깐 표준안을 만들자고 교육청에 계속 제안하고 있지만 잘 진행 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은 학교를 상대로 한 회의와 연수를 통해 교무행정전담팀 구성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있다고 밝혔다.

시교육청은 행정전담팀이 교육현장에 꼭 필요한 것으로 확인한 만큼, 모든 학교에 설치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시교육청이 교육감의 공적 쌓기에 치중하느라 학교 현장의 의견과 업무를 무시한 채 무리하게 추진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학교업무정상화를 위한 교무행정전담팀 구성은 노옥희 울산교육감의 공약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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