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부모의 지속적인 학대로 숨진 정인양의 입양 및 사후관리를 맡았던 홀트아동복지회(홀트) 관계자가 17일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양부모가 홀트 측의 권유에 정인양을 병원에 데려간 것처럼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신혁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양모 장모씨와 양부 안모씨의 2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홀트 입양 담당자 A씨는 "보통은 아이가 한 끼만 먹지 못해도 부모들은 병원에 데리고 가는데, 일주일째 병원 진료를 보지 않아 너무 마음이…"라며 말을 잇지 못하고 흐느꼈다.
앞서 A씨는 지난해 9월 18일 양모 장씨에게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양모는 당시 통화에서 화를 내면서 격앙된 목소리로 "애가 요즘 너무 말을 안 들어요. 일주일째 거의 먹지 않고 있고, 오전에 먹인 퓨레를 현재까지(오후 2시) 입에 물고 있다"며 "아무리 불쌍하게 생각하려고 해도 불쌍한 생각이 들지 않는다. 화를 내며 음식을 씹으라고 소리쳐도 말을 듣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A씨는 "자기 자식처럼 키우겠다고 이야기한 사람이 왜 아이가 불쌍하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며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된 건 아이 잘못이 아니지 않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양모에게 병원 진료를 빨리 받아보는 게 좋겠다고 권했지만) 그날 오후 일정이 있고, 입양가족 모임이 있다고 했다"며 "제가 느끼기로 병원 가기를 주저하고 꺼려했다"고 덧붙였다.
양부모가 정인양을 병원에 데리고 갔다온 것처럼 진술했다고도 증언했다.
A씨는 지난해 9월 18일 장씨와 통화한 뒤 양부 안씨에게 전화를 걸어 "먼저 정인양을 병원에 데리고 가달라"고 말했지만, 당일 양부모에게 연락을 받지 못했다. 이튿날인 19일 A씨가 장씨에게 병원에 갔는지 물었고, 3시간여 뒤에 답신이 왔다고 한다. A씨에 따르면, 장씨는 '염증도 없는데 먹는 거라도 조금씩 줘 보라고 합니다'라고 말했다. A씨가 '(의료진이) 별다른 말씀 없었나'라고 묻자, 장씨는 '걱정 감사합니다'라고 답했다.
A씨는 "3자가 이야기한 것처럼 말해서 병원에 갔다 왔다고 생각했다"며 "직접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에 주말 지나서 월요일에 가정 방문한다고 연락했다"고 했다.
양부모는 학대 신고가 접수될 때마다 "아이에 대한 애정은 변함없다"는 입장을 홀트 측에 피력한 것으로 파악됐다.
홀트 측은 지난해 5월 있었던 2차 학대 의심 신고(차량 방치 사건)를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아닌, 양모 장씨에게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8월 5일 양모에게 자세한 상황을 들었다"며 "이후 아보전에 물었지만, 경찰 조사 과정에서 양부와 양모의 증언이 불일치하고, 신고자가 노출될 수 있는 등의 이유로 자세한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법정에서 피고인 측 변호인은 정인양이 당초 몽고반점이 많은 아동이었다는 진술을 끌어내려 했으나, 증인은 "몽고반점과는 구분되는 멍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