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기억연대는 17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제1479차 정기수요 시위를 열고 '존 마크 램지어 미쓰비시 교수의 일본군 위안부 관련 논문에 관한 전 세계 페미니스트 성명'을 공개했다.
이번 성명에는 미국·일본·필리핀·영국·뉴질랜드·호주 등 1천여 명이 넘는 각국의 연구자와 활동가, 단체가 참여했다. 특히 오랜 시간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연구해 온 페이페이 추 교수(미국 뉴욕 배서 칼리지)와 엘리자베스 손(노스웨스턴 대학교) 교수, 마거릿 스테츠(델라웨어 대학교) 교수 등도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램지어 교수의 논문은 2차 세계대전 전후 일본군에 의해 성노예 생활을 강요당한 수많은 여성이 겪었던 잔혹 행위에 대해 성차별적, 가부장적, 식민주의적 견해를 앞세우고 있다"며 "이러한 주장들이 여성들에 대한 폭력과 성노예 및 성착취 제도를 정당화하는 데 이용될 수 있음에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램지어 교수는 식민지와 전쟁, 불평등한 권력 구조와 구조적인 폭력을 무시한 채,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들을 '계약 매춘부'로 묘사하고 있다"며 "아시아 태평양 전쟁 중 자행한 중대한 인권 침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일본 정부의 주장을 비판적인 분석 없이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대신 "이번 성명은 고착화된 억압과 상호 연결된 구조를 규명하는 대신 가부장적, 식민주의적 관점을 답습하는 주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리는 데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공동체로서, 성노예제를 정당화하는 담론 앞에서 평등과 정의의 가치를 재확인하고자 한다"며 "학문 공동체는 성폭력에 대한 불처벌을 지속하는 성차별적인 담론을 묵인하도록 가르쳐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여성가족부도 전날 같은 사안을 두고 "더 이상 피해자의 존엄과 명예를 훼손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냈다.
여가부는 마크 램지어 교수에 대해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명예훼손 사례에 대해 매우 유감으로 생각하며 더 이상 피해자의 존엄과 명예를 훼손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입장을 밝혔다.
일본군 위안부 이용수 할머니가 위안부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회부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한 사안을 두고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존엄과 명예회복을 위해 할머니를 중심으로 의견을 적극적으로 듣겠다"고 표명했다.
다만 여가부의 입장이 논란이 불거진 지 15일이 지난 뒤에야 나오면서,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주무 부처가 현안에 뒤늦게 대응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