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정신의료기관서 난동환자 '필요시 강박' 관행에 제동

한 정신병원, 주치의 대면 없이 '필요시 강박' 처방
3일 동안 약 24시간 강박된 환자, 인권위에 진정
인권위 "예방적 조치라도 과도한 신체 자유 침해"

스마트이미지 제공
한 정신의료기관에서 입원 환자가 난동을 부릴 경우 전문의 대면진단 없이도 직원들이 환자를 강박하는 등 '필요시(PRN, pro re nata) 강박' 처방을 해 온 관행을 두고,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제동을 걸었다.


인권위는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필요시 강박'을 처방하는 것은 의료진의 안전을 위한 예방적 조치일지라도 대안에 대한 검토 없이 과도하게 입원환자의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게 할 소지가 높다"며 개선을 권고했다.

지난해 9월쯤 A씨는 부모님에 의해 한 정신의료기관에 입원이 됐다. A씨는 "수면 중 사설응급구조대에 의해 강제로 끌려왔다. 입원 당시 보호사들에 의해 폭행을 당해서 눈과 입술이 터졌는데 이에 대한 치료나 사과도 없었다"며 "이후 격리실에서 48시간 정도를 묶인 채 주사약만 투약받고 식사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강박이 해제된 후 격리실에 방치돼 있었다. 11월쯤 어머니와 통화 중 언성을 높였다는 이유로 격리실에 끌려갔고, 의료진 조치에 협조했음에도 강박을 당했다"며 "휴대전화는 무조건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병원 측은 "입원과정에서 한자가 입원에 대한 거부가 심해 제지를 하기는 했지만 폭행은 없었다"며 "A씨는 코로나19 검사로 격리실에 격리될 수밖에 없었고, 직원과 의료진에 위협과 폭력적 행동을 해서 처음부터 강박할 수밖에 없는 환자였다"고 해명했다.

또 입원 당일 퇴근 시간쯤 주치의가 A씨 상태를 확인한 뒤 "환자 상태 심각 시, 공격성 표출이 심할 경우 '필요시 강박' 가능하고 언제든 콜 하라"며 수기차트에 PRN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11월 강박의 경우도 A씨가 욕설을 하고 공중전화를 내려치는 등 감정조절이 안 돼 주치의 지시 하에 격리 및 강박을 실시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다만 병원 측은 심야근무자인 간호사가 인계를 제대로 받지 못해 '격리강박일지'를 누락한 점은 인정했다.

조사 결과 A씨는 입원초기 3일 동안 4차례에 걸쳐 총 23시간 50분 동안 강박된 것으로 드러났다.

인권위는 해당 병원이 주치의의 '필요하면 강박' 처방이 있는 경우 관행적으로 간호사들이 격리 및 강박실행일지에 '주치의 지시 하에'라고 기계적으로 기록하는 등 강박 PRN 처방이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연합뉴스
인권위는 "입원 당일 14시간 동안 지속된 강박은 보건복지부 지침에서 1회 최대 4시간, 연속 최대 8시간이라는 규정을 준수하지 않았다"며 "지침에 의하면 연속 최대 허용시간을 초과해 격리·강박이 필요한 경우 전문의 대면평가를 거쳐 진행하고 '다학제팀'(전문의·간호사·병동 책임자·환자의 권리를 옹호해줄 수 있는 사람 등 4인 이상)에 의해 적합성을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치의가 퇴근했다면 당직의를 통해 대면평가를 실시하는 등 연장을 결정하는 절차를 거쳤어야 한다"며 "이후 이에 대한 적합성을 검토했어야 하는데 이러한 절차도 준수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어 "해당 병원은 보건복지부 지침을 위반하고 '필요시 강박' 처방에 의해 진정인을 과도하게 강박해 헌법에 의한 신체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관행화된 '필요시 강박' 조치를 개선하고 전 직원을 대상으로 재발방지를 위한 인권교육을 실시하라"고 권고했다. 또 강박일지기록을 누락한 직원들을 징계하라고도 덧붙였다.

다만 입원과정에서 폭행 등이 있었는지 등은 객관적인 증거가 없어 기각했다. 또 입원 당일 격리된 것과 11월 강박으로 인한 격리 역시 "입원과정에서의 비협조 및 코로나19 검사로 인한 격리로 조사돼 그 사유가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고, 11월 강박 또한 현저히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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