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文, 김정은·바이든 생각하면…DJ를 벤치마킹하라

[김진오 칼럼]
문 대통령, 바이든과 김정은 생각하면 머리가 지근거릴 듯
DJ는 부시에 수모를 당하면서도 포기하지 않아
부시, 오바마는 북 핵무기 개발만 도왔다
바이든도 부시, 오마바를 닮아간다
미 쿼드 등을 통해 한국 압박할 듯
외교는인간관계와 실리를 먹고 사는 생물
안보·외교의 가장 큰 적은 냉소주의와 무관심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이한형 기자
1년 1개월 남은 문재인 정부의 최대 치적이 될 수 있는 북한 문제 해결이 쉽지 않아 안타깝다.

북한을 대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태도가 20년 전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을 따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2001년 1월 25일 부시 대통령은 취임 5일 만에 김대중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를 한 이후 임기 1년 1개월을 남겨둔 김대중 정부를 아주 힘들게 했다.

부시는 김대중 대통령과 통화중 참모들에게 김대중 대통령을 가리켜 '이 친구 누구야'라며 모욕적인 말까지 했으며 김대중 대통령의 북한 문제에 대한 설명을 귓등으로도 들으려 하지 않았다.

부시는 대놓고 김대중(DJ)의 대북 포용정책을 반대했다.

김대중(왼쪽) 전 대통령과 미국 부시 전 대통령이 2001년 3월 열린 정상회담 중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공동기자회견을 마친후 악수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김대중 대통령은 그해 3월 7일 노구를 이끌고 워싱턴으로 가 부시 대통령을 설득했으나 한미 정상회담은 실패나 마찬가지였다.

한 참석자는 "벽에 대고 소리치는 것 같았다"고 회고했다.

마땅한 대북 해법을 찾지 못한 부시 행정부는 노무현 정부의 이라크 파병 등과 맞바꾸는 모양으로 6자회담을 통한 북한 핵 폐기에 나섰다.

북한과 미국은 2005년 BDA(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에 동결된 북한 자금 2500만 달러 해제 문제로 북한과 마주 앉거나, 6자회담을 수차례 가졌을 뿐 성과는 없었다.

크리스토퍼 힐 미 6자회담 특별대표는 참으로 수고를 많이 한 외교관이다.

민주당의 오바마 행정부는 클린턴 전 행정부와 달리 8년 동안 철저한 북한 무시 전략(전략적 인내)을 썼다.

그 결과 북한은 우리가 인정하든, 하지않든 사실상 핵 보유국이 됐고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연합뉴스
바이든 집권을 가장 불편하게 여길 지도자는 아마도 김정은 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일 것이라는 예견(지난 2020년 12월 미 대선 이후 칼럼)대로 바이든 행정부는 현재 북한을 경원시하고 있다.

문 대통령과 한미 정상간 통화도 늦었고, 바이든 행정부의 고위 관계자들 발언을 보면 북한을 대하는 태도가 트럼프 때완 사뭇 다르다.

김정은 정권을 크게 자극할만한 발언까지는 아니어도 트럼프 행정부 때의 정상간 대화는 하지 않겠다는 의도가 분명해지고 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나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대북 강경론자들이 대거 포진했다.

미국의 동북아시아와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외교·안보 전략이 한국 의도와는 딴판으로 진행되는 듯하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간 전화통화가 예전에 비해 늦게 한 것도 우리 정부를 견제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아닌가 여겨질 정도다.

미국은 우리 정부가 중국 쪽에 기울고 있다는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미 국무부는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통화한 날 북 인권 가해자의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특히 그레고미 믹스 미 하원외교위원장은 지난 4일 "우리 대북전단법을 초당적으로 논의해 청문회를 할 수도 있다"며 한국을 압박했다.

스미스 의원(공화·뉴저지)은 1일 RFA(자유아시아방송)에 보낸 성명에서 "대북전단 살포 금지는 표현의 자유를 평화롭게 행사할 권리에 반하는 것"이라며 대북전단금지법 관련 청문회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미국은 쿼드(Quad·미·일·호주·인도 안보협의체)에 한국의 참여를 압박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8일(우리 시간) "시진핑에겐 민주적 요소가 하나도 없다"며 중국과 극한경쟁 예고했다.

바이든 행정부 수뇌부들도 중국 압박용 발언을 서슴없이 내놓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 때보다 강경하다.

이런 기류가 문재인 정부에 대한 간접적, 성동격서 격 압력으로 읽힌다.

2020년 10월 6일 '쿼드' 회의 앞두고 포즈 취하는 4개국 외교수장. 연합뉴스
미국은 중국을 안보, 경제적으로 포위하려는 협의체인 쿼드에 한국이 참여하지 않을 경우 외교·경제뿐 아니라 대 북한 압박 작전까지 병행할 공산이 크다.

북한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해 핵실험이나 ICBM 발사도 감행하지 말란 법이 없다.

최악까지 가지 않도록 제어할 역할이 문재인 정부에 부여됐다.

정부도 답답할 것이다.

대북전단법이라는 특수한 법까지 제정하고 통일외교안보팀을 박지원, 정의용, 이인영 장관으로 진용 개편을 했음에도 북한은 미동도 하지 않고 있다.

북한과 미국에 대한 실망감이 들더라도 가용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미국과 북한을 마주앉도록 할 책무가 문재인 정부에 있다.

또다시 남북관계를 지난 2017년 하반기나 2018년 초처럼 일촉즉발의 팽창적 국면으로 가도록 내버려둬선 안 된다.

코로나는 마스크와 백신이라는 통제 수단이라도 있지만 극단적인 북미 대결은 묘약은 없고 인간의 의지와 이성, 감정만 있을 뿐이다.

그야말로 문재인 정부의 외교력, 특히 대미 외교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연합뉴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지난 2001년 3월 주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부시 대통령과 부시의 핵심 인사들, 미 의회를 상대로 노 정객의 간절함을 전한 원동력이 무엇이었을까.

외교가 인간관계를 바탕으로 실리를 먹고 사는 '생물'이라는 판단 때문이었으리라.

국민적 냉소주의와 무관심은 국가 안보·외교에 가장 큰 해악이다.

여야를 초월한 정치권과 국민의 협조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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