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3개월이나 6개월 단위가 아닌 '쩜오'까지 등장한 어정쩡한 시간은 논란을 부추겼습니다. 비판은 두 갈래입니다. ①선거를 위한 정책 쇼다 ②시기가 문제가 아니고 불법 공매도 막을 시스템 구축이 핵심인데 논점을 흐린다는 지적입니다.
①에 대한 지적에 은 위원장의 답변은 이렇습니다. 3월 16일 시행을 목표로 준비해왔는데 대형주부터 '부분 재개'를 하다보니 시험 가동 등을 생각했을 때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했다는 겁니다. 금융위의 계획대로 정리가 잘 되면 4월 중에 재개할 순 있지만 여유를 두고 완벽하게 준비를 위해 잡은 시간 중 가장 빠른 게 5월 3일 이었고요.
시스템과 법 공백 시간상 어쩔 수 없다는 변명이지만, 이를 곧이 곧대로 믿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왜냐고요? 금융위에게는 1년 이라는 시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3월 코로나19로 인해 증시가 폭락하면서 6개월간 공매도 금지를 했고, 지난해 9월에는 개인 투자자들의 거센 반발로 인해 공매도를 추가 연장하면서 6개월 동안 제도 개선에 힘을 쏟겠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개인 투자자들이 지난해 대거 참여하면서 공매도 논의가 더 불붙었지만, 이 논쟁은 지난해 새로 나온 게 아닙니다. 지난해가 아닌 가장 최근 논의로만 봐도 2016년에는 한미약품의 '늑장 공시'와 공매도 세력에 의해 개인 투자자의 피해가 속출하자 공매도 관련 개정안이 잇따라 발의되면서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공매도 관련 논의의 장이 열렸습니다.
2016년 홍문표 의원이 주식을 대여해 공매도 하는 기관이 60일 안에 매수 상환하지 않을 경우 자동 매수를 통해 상환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했는데요. 당시 금융위는 이러한 개정안 등에 대해 <검토보고서>를 통해 "개정안에 따른 공매도 제약이 시장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고 일반 투자자의 보호에도 크게 기여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기관과 개인의 공매도 참여 기회의 형평성을 맞추고 개인 투자자의 피해를 예방하고자 하는 개정안 취지는 바람직하다고 보여지나, 개인 투자자에 대한 공매도 피해방지라는 입법 취지가 실효적으로 달성될 수 있는지 여부 등을 고려해 보다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해외 주요국에서 공매도 이후 상환 매수 시한을 직접적으로 제한하는 사례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는 등 '국제적 기준'은 명분이 됐고요.
②불법 공매도 적발 시스템 구축에 대한 금융위의 답변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겁니다. 사실 금융위도 2018년에 이 시스템 도입을 추진했지만 실제 운용 과정에서 시스템 구현이 어렵다는 판단에 추진 계획을 접었습니다. 은 위원장은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고 △많은 정보를 동시에 집어 넣으면 처리 속도가 늦어져 시스템 과부하가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전 점검을 엄중히 하고 적발된 사람은 강하게 처벌하자는 방법으로 대신하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은 모든 거래에 대한 감시가 불가능해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밖에 없으니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장입니다.
은성수 위원장은 "5월 3일 공매도 재개 시점 이전에 그간 시장 참여자들이 지적해온 문제에 대한 제도 개선에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물론 그 전까지의 금융위가 하겠다는 제도 개선에 비해 진일보한 개선안이라고 보여집니다. 그러나 계속해서 개인 투자자에게 불리했던 이러한 제도를 몇 년 간 방치해온 탓일까요? 개인 투자자들은 믿을 수 없다는 의견 일색입니다. 심지어 금융당국이 '팩트'를 말해도 어떻게 믿냐는 개인 투자자들까지 있고요. 이걸 과연 개인 투자자만의 탓으로 돌릴 수 있을까요?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곧이 안 믿는다는 속담이 떠오르는 건 저만의 느낌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