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이대희가 꿈꾸는 마법 같은 애니에 관하여

애니 '스트레스 제로' 이대희 감독 인터뷰 ③
일상 관찰로 얻는 영감에 생명력 불어넣는 장인

애니메이션 '스트레스 제로' 이대희 감독. 트리플픽쳐스 제공
애니메이션은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 상상으로만 가능했던 일을 눈앞에 펼쳐주는 마법을 지닌 장르다.

'스트레스 제로'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늘 우리를 괴롭히는 스트레스를 괴물로 구현해보자는 상상력에서 탄생한 애니메이션이다. 시원하게 해소하고 싶다는 욕망은 '불괴물 퇴치'라는 이야기로 구체화됐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여줄 수 있는 게 바로 '애니메이션'이다.

이대희 감독의 첫 장편 애니메이션 '파닥파닥' 스틸컷. CJ ENM·㈜인디스토리 제공
◇ 이대희 감독에게 무한한 상상력을 일으키는 것


이대희 감독은 지난 2002년 단편 애니메이션 '페이퍼 보이'로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본상을 수상하며 애니메이션 감독으로서 이름을 알렸다.

이후 2012년 첫 장편 애니메이션 데뷔작 '파닥파닥'을 통해 전주국제영화제와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수상하며 '한국 애니메이션의 놀라운 가능성'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파닥파닥'은 이 감독만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애니메이션만이 가질 수 있는 다양한 표현으로 구체화한 작품이다.

애니메이션의 시작이 되는 소재는 어디에서 얻는 걸까. 이대희 감독은 '주변'에 있는 것들이야말로 창작의 밑거름이 된다고 이야기했다.

"다른 창작하시는 분도 그렇겠지만 주변 인물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얻어요. '스트레스 제로'도 아이에게서 아이디어를 얻었죠. 전작인 '파닥파닥'도 직장 생활을 하면서 아이디어를 떠올렸어요. 아이디어를 얻는 두 번째 방법은 책이에요. 저는 소설책 같은 문학을 통해 아이디어들이 많이 융합되는 거 같아요."

애니메이션은 상상을 구체화하고 디테일을 덧입히는 과정도 필요하다. 이 감독은 '관찰'의 중요성에 관해 언급했다. 어떠한 사물이나 모습을 보고 흉내 내는 과정에서 애니메이션적인 디테일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애니메이션 '스트레스 제로' 스틸컷. 트리플픽쳐스 제공
◇ 애니메이션=재밌는 일

이 감독은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이야기했다. 일하는 자체가 즐겁다고 했다. 그에게 애니메이션이 갖는 의미를 묻자 '재밌는 일'이라고 말했다.

"'애니가 뭐지?' '왜 해야 하지?' 등의 질문을 스스로 많이 했어요. 재밌는 일인 거 같아요. 내가 재밌어서 계속하는 일, 재밌는 일이요. 살아가는데 재밌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차피 한 번밖에 못 사니까요."

애니메이션이 내적으로 재밌는 일이라면, 외적으로는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이라고 이 감독은 표현했다.

"애니메이션으로 영화를 만든다는 게 제가 가고자 하는 길인 거 같아요. 산업적으로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무슨 이야기냐면, 디즈니나 할리우드처럼 예산을 많이 써서 만들진 않지만 진심을 담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관객들에게 전달된다면 좋아해 주실 거 같아요.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도 가치 있는 일인 거 같아요.

애니메이션은 스토리도 있고 그림도 있지만 무엇보다 무생물을 살려내 움직임을 만드는 일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러면 되게 큰일을 한 거 같고 기분이 좋아져요. 애니메이터는 그 느낌을 받을 때 '애니 매직'에 걸렸다고 말해요. 신기한 걸 해낸 거 같은 마력에 빠졌다는 거죠. 그런 부분이 재밌어서 애니메이션을 포기 못 하겠더라고요."

애니메이션 '파닥파닥'과 '스트레스 제로' 포스터. 각 배급사 제공
◇ 어른과 아이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라는 꿈

이 감독은 한국 애니메이션이 지닌 강점으로 애니메이터들의 '손재주'를 꼽았다. 그는 "다 아는 부분이겠지만 한국 사람들이 손재주가 좋다는 말을 많이 한다. 애니메이션은 다 손으로 하다 보니 잘하시는 분이 많다"며 "실제로 내가 아는 분들이 다른 나라에 파견 가서 일을 하면 한국 스태프하고 일하는 게 훨씬 더 스킬 습득도 빠르고 잘한다고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 감독은 "그런 부분에서 기술적으로 유리한 입장에 있는 거 같다"며 "물론 100년의 역사를 지닌 디즈니와 비교했을 때 기술 기반이 부족하고 차이도 있겠지만 우리는 스토리도 잘 만든다. 그런 면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물론 국내 애니메이션 시장은 녹록지 않다. 이 감독 역시 '스트레스 제로'가 개봉조차 못 하는 건 아닐지 걱정했다고 말했다. 할리우드의 대형 자본이 투입된 작품에 밀리기도 하고, 아직도 애니메이션은 아이들을 위한 장르라는 고정관념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 감독은 "나는 아이와 어른이 같이 공유하면서 볼 수 있는 부분이 분명 있다고 생각한다"고 확신했다.

그는 "내가 하려고 하는 것이 말이 좋아서 어린이도 보고 어른도 보는 애니메이션을 만든다는 거지만, 이게 잘못하면 어른이 보기엔 유치하고 아이들이 보기엔 어렵게 만들어지기 쉽다"며 "그런 건 디즈니·픽사만 하는 거라고 말하지만, 나는 아이들과 같이 낄낄거리며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다"고 소망을 전했다.

이 감독이 세운 앞으로 계획도 애니메이션 제작이다. "다른 게 없다"며 웃는 그는 역시 이 일이 즐겁다고 했다.

"저는 그냥 한 길이에요. 계속 장편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어요. 다음 작품 라인업도 계속 있어요. 이번에 '스트레스 제로'를 만들면서 노하우가 더 많이 늘었어요. 다음 작품도 기대해주세요."(웃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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