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취재진이 찾은 강원 강릉시 성남·중앙시장. 부지런히 기계를 돌릴 것으로 예상했던 방앗간 곳곳은 오전 내내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설 명절을 일주일여 앞에 뒀지만, 손님들의 발길이 뜸했다. 매서운 바람이 더해져 전통시장에는 왠지 모를 무거운 적막감이 흘렀다. 어느 상가에선가 흘러나오는 트로트 가락이 시장의 적막을 깼다.
일찍부터 시장에 나왔다는 상인 김영자(52)씨는 "가족이라도 5인 미만으로 모이지 말라고 해 대부분 차례 준비도 안 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은데, 혹시나 간소하게나마 차리는 분들이 있으시니 준비를 안 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며 "추석부터 시작해서 점점 더 힘들고, 그 정도가 심해진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손님 한 명 없는 가게에서 김씨는 건어물을 차곡차곡 봉지에 넣고 있었다.
전기난로에 의존해 몸을 녹이던 수산물 상인 김모(45)씨는 "날씨는 왜 이렇게 추운지.. 바로 다음 주가 명절인데 손님이 없다"고 허망한 웃음을 지었다. 김씨는 혹여 손님들을 더 잘 불러들일 수 있을까 아예 일어나서 손님맞이를 하고 있었다.
코로나19 여파 속 맞는 설 명절을 앞두고 5인 이상 모임 자체가 금지되면서 차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올해는 넘어가는 분위기다. 조금은 씁쓸한 마음으로 설맞이 준비에 나섰다는 주민들은 치솟은 물가에 혀를 내둘렀다.
지난해 여름철 긴 장마에 더해 가을철 두 번의 태풍, 올해까지 이어지는 한파 등 날씨 영향으로 각종 농산물 가격이 치솟은 것으로 분석된다.
한 손 가득 검정봉지를 들고 나선 정모(73)씨는 "물가가 정말 많이 올랐는데 특히 사과나 배 등 과일이 유독 많이 오른 것 같다"며 "사과도 3개는 사야하는데 하나만 사고 나왔다"고 멋쩍게 웃었다. 또 "식구끼리 간단히 할 생각인데도 뭐든지 가격이 다 비싸니까 걱정"이라고 전했다.
아내와 함께 전통시장을 찾은 김용기(89)씨는 "장 보려고 나왔고 설맞이 준비는 아직으로, 이번 설은 쇨지 안 쇨지도 모르겠다"며 "그런데 물가가 많이 오른 정도가 아니라 곱하기 두 배 수준으로, 너무 심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채소와 과일 등 신선식품지수는 지난달 전년동월대비 9.2% 올랐는데, 이는 생활물가지수 등이 0%대에 머무르는 것과 큰 차이가 있다. 특히 이중 신선과실은 전년동월대비 20.5% 올라 생선(3.6%), 채소(3.0%)에 비해 상승폭이 컸다. 신선식품지수는 지난해 9월 전년동월대비 21.5% 상승한 이후 12월까지 4개월 연속 두 자릿수를 기록하는 등 가격이 급등했다.
또 농축수산물 중 전년동월대비 파 76.9%, 양파 60.3%, 사과 45.5% 등도 대표적으로 높은 상승세를 보여 밥상물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이와 관련해 통계청 관계자는 "지난해 태풍과 장마에 이어 한파까지 겹치면서 채소와 과일값이 많이 올랐다"며 "코로나19로 집에서 음식을 해 먹는 분들이 많은 데다, 설을 앞두고 있어 체감 물가에 더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