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는 지난 2016년 한국 시장에 진출했지만 여전히 자리를 못 잡은 '애플뮤직'의 전철을 밟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먼저 출시된 나라에서처럼 중간에 광고가 나오는 대신 무료로 음악을 듣는 기능은 빠졌다. 무엇보다 스포티파이가 일부 음원 확보를 하지 못한 채 국내 서비스를 출시했다는 것이다. 국내 음원 확보 여부가 성패를 가를 핵심 요소로 거론되는, 카카오M 음원은 포함되지 않았다.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스포티파이' 韓 정식 론칭…월 이용료 1만 원대
스포티파이는 지난 2일 한국에서 정식으로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 공식 홈페이지에서 앱을 받을 수 있다.
스포티파이는 2006년 스웨덴에서 설립됐다. 이용자 취향에 맞춘 고도화된 개인별 음악 추천과 양질의 플레이리스트를 강점으로, 지난해 9월 기준 이용자가 3억 2천만 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1억 4400만 명이 유료 가입자다. 보유한 곡도 6천만 개가 넘고 재생 목록은 40억 개, 팟캐스트는 190만 개에 이르는 세계 최대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로 꼽힌다.
이용료는 월 1만 원대로 책정됐다. 광고 없이 음악을 감상하거나 오프라인 상태로 재생되는 '스포티파이 프리미엄'은 월 1만 1990원(부가세 포함)이다. 두 개 계정을 사용할 수 있는 '프리미엄 듀오'는 1만 7985원이다. 회원 가입 시 일주일간 무료 사용이 가능하다. 프리미엄 서비스 신청 시 3개월간 요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멜론·지니·플로 3강 흔들까"… 음원 업계 실시간 차트 조작 논란 등 소비자 불신↑
알렉스 노스트룀(Alex Norström) 스포티파이 프리미엄(Freemium) 비즈니스 총괄은 "이미 수년 전부터 한국 음악 산업의 파트너로서 한국의 아티스트들과 그들의 음악이 아시아, 미국, 남미, 유럽, 중동 등 전 세계에 확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온 만큼, 다가올 한국 론칭을 통해 더욱 다양하고도 새로운 한국의 아티스트들이 국내 팬들은 물론 전 세계와 연결될 수 있도록 헌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글로벌 강자 스포티파이의 한국 진출에 국내 음원시장에는 다소 긴장감이 흐른다. 멜론과 지니뮤직, 플로로 굳어진 기존 3강 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그간 국내 업체들은 '공짜 마케팅'으로 점유율 경쟁을 벌여왔다. 7천 원대 스트리밍 상품을 3개월간 100원에 팔거나, 2개월간 사용료를 50% 할인하는 식이다. 첫 1개월간 무료 이벤트도 빈번하게 열린다. 서비스 차별화보다는 출혈경쟁에 치중하는 구조다.
잊을만 하면 불거지는 음원 사재기 및 음원 업계 실시간 차트 조작 논란은 국내 업체의 경쟁력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비난받고 있다. 업계 1위 멜론을 비롯한 국내 음원 플랫폼 사업자들은 비정상적 이용 패턴에 대한 모니터링과 대응을 강화한다고 밝혔지만, 실시간 음원 차트에 대한 소비자 불신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스포티파이는 사용자가 음악을 듣는 시간과 취향, 청취를 규칙적으로 하는지 등을 고려해 음악을 추천한다. 최근 스트리밍 업체들이 앞다퉈 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스포티파이의 경우 기술이 고도화돼 있어 만족도가 특히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 가상 사설망(VPN)을 통한 우회 접속으로 스포티파이를 이용하는 국내 소비자들이 일부 있는 점을 감안하면 스포티파이의 본격 진출로 국내 음원 시장 판도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2억 명이 넘는 사용자에서 얻은 방대한 데이터를 이용한 아티스트·팬들간 연결 서비스도 차별화된 점이다. 아티스트는 전용 앱 '스포티파이 포 아티스트(Spotify for Artists)'으로 팬들과 소통하고, 음원의 성과 데이터를 이용해 팬의 음악 소비 패턴을 파악할 수 있다. 아티스트는 자신의 음악을 듣는 사람이 어떤 사람이고 자신의 팬이 주로 어느 곳에 많은지 등도 알 수 있다.
◇베일 벗은 스포티파이, 무료재생 빠져…"아이유도 없었다" 카카오M 음원은 포함 안 돼
막상 스포티파이가 베일을 벗자, 김빠진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스포티파이는 국내 최대 음원 유통업체인 카카오M과 계약을 맺지 못하면서 인기 음원 확보를 하지 못한 것이다. 카카오M은 아이유 등 유명 가수들의 음원을 손에 쥐고 있고 산하에 음악 레이블사 4곳을 두고 있다.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국내 1위 음원 서비스인 멜론을 운영하기 때문에 견제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스포티파이가 지난해 1월 한국 지사인 스포티파이코리아를 설립하고서 출시까지 1년 넘는 시간이 걸린 것도 카카오M 등 국내 음악 유통사 및 권리단체들과의 협상이 지지부진한 탓으로 알려졌다. 스포티파이는 애초 지난해 가을쯤 공식 출시될 것으로 예측됐지만 예상보다 3~4개월이 더 걸렸다.
스포티파이를 쓰는 이용자들이 음원 유통 문제 때문에 온전한 서비스를 누리지 못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도 있다. 나아가 카카오가 다른 음원 유통사들과 함께 스포티파이 등 특정 사업자를 배제하는 것이 공정거래법상 담합 등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번 스포티파이 출시를 앞두고 KT의 지니뮤직도 음원 유통 계약을 맺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한국 시장에 진출했지만 5년이 되도록 자리를 못 잡은 '애플뮤직'의 전철을 밟을 것이란 전망에도 무게가 실린다. 애플뮤직에서는 국내 가요의 경우 등록이 늦게 되거나 아예 곡이 없는 경우도 있다.
먼저 출시된 나라에서처럼 중간에 광고가 나오는 대신 무료로 음악을 듣는 기능이 빠진 것도 스포티파이를 기대한 국내 소비자들에겐 아쉬운 부분이다.
박상욱 스포티파이 코리아 매니징 디렉터는 "국내 음악 스트리밍 생태계의 동반성장을 가속하는 데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며 한국 음악 산업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수 있도록 항상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