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양극화 해법 '신복지제도' 전면에…대권 브랜딩 선점

"이 대표 머리에는 양극화 해소 절박함 가득"
민주당 주도 미래 복지체계 화두 선점…정책승부 성격도
코로나19 촉발 양극화 방치하면 되돌릴 수 없는 상황 초래
소득·주거·교육·의료·돌봄·환경에서 최소한의 존엄 지켜야
적정 수준 복지로 확대…정부 적극 재정 불가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84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의 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신복지제도를 통한 양극화 해소로 요약된다.

코로나19 방역으로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의 민생고가 심화되는 것은 물론, 갈수록 중산층이 엷어지는 현재의 양극화를 빠른 시일 내 해결하지 못한다면 사회적 약자들이 다시 회복할 수 없는 비상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절박함이 깔렸다.

이 대표가 정부의 적극 재정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당장 보호하지 않으면 쓰러질 사람들이 적지 않다. 쓰러진 뒤에 다시 일어서는 것은 더 힘들다"고 언급한 것도 현재의 위기감을 반영한다.

◇보편적 사회보호 위해 '국민생활기준 2030' 제안

이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코로나19로 인한 민생경제 파탄 △정부의 재정 확대 필요성 △협력이익공유제와 사회연대기금 조성 △주거·교육 형평성, 노동존중 △미래 성장을 위한 규제혁신 △한미동맹을 통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야당의 북풍공작 자제 당부 등 적잖은 이슈를 쏟아냈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분야는 사회안전망 강화를 통한 지속 가능한 복지국가 건설이다.

이 대표는 김대중 정부의 기초생활보장제 도입과 4대 보험 정비, 노무현 정부의 복지예산 확대와 저출산·고령화 대응, 문재인 정부의 문재인 케어와 아동수당 신설, 고교무상교육 등을 언급하면서 역대 민주당 정부가 마련한 복지국가 기틀를 소개했다.

스마트이미지 제공
하지만 현재 수백만 명에 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4대 보험에 가입조차 못해 제대로 된 권리행사를 못하거나, 갈수록 심화되는 노인 빈곤, 공공 요양시설 부족, 코로나19로 인한 일자리 감소 등으로 사회·경제적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은행(WB)과 국제노동기구(ILO)가 지난 2015년 제안한 '보편적 사회보호'(Universal Social Protection) 개념을 끌어왔다.

이 대표는 "'보편적 사회보호'는 사회 구성원 누구도 뒤처지지 않도록 포괄적이고 촘촘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자는 것"이라며 "우리도 역대 정부가 쌓아 올린 복지제도의 기반 위에 높아지고 다양해진 국민의 요구를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포스트코로나 시대 신복지제도로서 '국민생활기준 2030'을 제안한다"며 "'보편적 사회보호'를 한국에 맞게 적용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누구나 최소한의 기준은 충족하며 살 수 있는 사회

연합뉴스
이 대표가 제안한 '국민생활기준 2030'은 소득과 주거, 교육, 의료, 돌봄, 환경 분야에서 최소한의 인간 존엄을 지키고, 이는 국가가 보장해야하는 책무라는 것이 골자다.

또 2030년까지 선진국에 걸맞는 복지제도 정착을 위해 최저기준의 복지는 물론 점차 적정 수준까지 복지가 확대돼야 한다는 것.

이 대표는 이를 '최저기준'(minimum standards)과 '적정기준'(decent standards)으로 표현했다.

이 대표는 "최저기준은 최저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한 기준이고 이는 국가의 의무다. 가까운 시기에 국가가 시작해야 한다"며 "적정기준은 중산층에 걸맞은 삶의 기준이다. 2030년까지 달성할 국가의 목표이자 국가와 개인, 사회가 힘을 합쳐 성취해 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최소한의 사회안전망 확보와 적정 수준의 복지체계 확립을 위해 이 대표는 △아동·청년·성인·노년층 등 생애주기별 소득지원 △포괄적 돌봄과 의료 보장 제도 △차별 없는 교육 등을 강조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윤창원 기자
이 대표는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 많다"며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이른 시일 안에 '국민생활기준 2030 범국민특별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말했다.

5개월 여간 민주당 대표를 역임한 이 대표가 차기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한 달 남짓 사이에 대표직을 내려놔야 한다. 그 전에 민주당 주도의 복지국가 청사진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이 대표의 생각이다.

이 대표는 대표 연설 직후 기자들과 만나 "(복지에 있어서) 최저기준, 적정기준 등은 문재인 정부 들어서 당이 제시한 최초의 국가적 비전일 것"이라며 "앞으로 분야별 과제를 뽑아서 국민에게 제시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양극화 해소를 위해 신복지제도를 강조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해 11월 이 대표는 민주연구원 세미나에 참석해 "노동 불안정과 소득 불안정을 고용보험이 모두 커버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있다. 4차 산업과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앞당겨진 변화가 가져올 복지 공백은 또 누가 채울지 준비하는 게 신복지체제"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 대표측 핵심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난 연말부터 이 대표의 머릿 속에는 우리 사회 양극화를 해소하기 고민으로 가득차 있다"며 "신복지제도는 오랫동안 준비해 온 이 대표의 정책"이라고 말했다.

◇4차 재난지원금도 공식화…선별·전국민 불필요한 논란 종식

그래픽=김성기 기자
이 대표는 이날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자영업자들에 대한 맞춤형 지원과 동시에 전국민 지원을 포괄하는 4차 재난지원금 추진도 공식화했다.

이 대표는 "4차 재난지원금을 준비하겠다. 추경 편성에서 맞춤형 지원과 전국민 지원을 함께 정부와 협의하겠다"며 "방역 조치로 벼랑에 몰린 취약계층과 피해계층은 두텁게 도와드리고, 경기 진작을 위한 전국민 지원은 코로나 추이를 살피며 지급 시기를 결정하겠다"고 언급했다.

이 대표의 이같은 발언은 '선별지원이냐, 전국민 지원이냐'를 놓고 벌어진 당내 이견 차이를 해소하려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당장 전도민 재난지원금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이 대표와 거리를 뒀던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적극 환영한다. 방법론에 대한 건강한 토론을 지나 이제 신속한 실천과 행동의 시간이 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 지사는 "대표님께서 훌륭한 방향제시를 해주셨다. 국민께 부여받은 180석의 막중한 책임과 권한으로 당의 저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저도 더불어민주당 원팀의 일원으로서 최선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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