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전통적인 유통 강자들이 위축되고 온라인과 플랫폼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면서 유통의 '플랫폼'화도 가속화할 전망이다.
◇아마존-11번가 연합군 vs 포털로 무장한 유통강자
세계 최대 이커머스 기업인 아마존이 지난해 말 한국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유통가 포식자인 아마존에 아마존당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국내 이커머스 기업 사이에 감돌았다.
아마존은 직접 진출 대신 11번가라는 우회로를 택했다. 11번가에 3천억원 규모의 지분을 투자하는 방식이다.
아마존의 손을 잡은 11번가는 아마존 상품을 11번가에서 직접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쿠팡과 이베이코리아 등 상위권 이커머스를 따라잡기 위한 전략으로 규모를 키우기보다는 '직구'라는 차별화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해석된다.
'연합군'의 공격에 맞서 일부 유통사들은 어제의 적과 손을 맞잡기도 한다.
정용진 부회장이 네이버를 직접 찾은 배경에는 SSG 플랫폼의 '한계'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신세계는 그룹 통합 온라인몰인 SSG닷컴을 운영하고 있지만 연간 거래액은 4조원 수준으로 이커머스 시장에서는 존재감이 미미하다. 반면 네이버는 연간 거래액이 20조원을 넘는다. 지난해 네이버 커머스 부문 매출은 1조 897억원으로 37.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신세계가 현재 온라인 쇼핑 시장 1위인 네이버와 제휴를 맺으면 오프라인 못지 않은 지배력을 온라인에서도 발휘할 수 있다. 현재 비회원제로 운영되고 있는 이마트에 네이버 플러스 등 멤버십 혜택을 접목해 충성 고객 확보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 역시 신선식품 등 신세계-이마트의 소싱(구매) 능력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통 강자와 플랫폼 강자의 결합이 이커머스 시장을 흔들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연합군 전략도, 적과의 동침도…결국 문제는 '플랫폼'
11번가는 배송 서비스를 보완하기 위해 SSG닷컴 상품을 새벽배송한다. '오늘장보기'에서 'SSG 새벽배송'을 선택해 자정까지 상품을 주문하면 다음날 새벽 6시에 받아볼 수 있다.
11번가는 신선식품 카테고리를 넓히고, SSG닷컴은 11번가라는 플랫폼을 이용해 유입 고객을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전략인 셈이다.
5조원대 매물로 나온 이베이코리아가 누구와 손을 잡느냐도 이커머스 판도를 흔들 변수가 될 전망이다.
자사 온라인 몰을 운영하고 있지만 성과가 미비한 롯데와 현대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해 시장 지배력을 높일 거라는 가능성도 거론된다.
지난 2019년 기준 온라인쇼핑 거래액 135조원 중 이베이코리아의 거래액은 19조원으로 전체 거래액의 14%에 달한다.
유통가의 합종연횡 배경에는 코로나19로 가속화된 온라인 시장의 확대가 가장 큰 요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다양한 물건을 쉽고 빠르게 구매할 수 있는 '플랫폼'을 누가 먼저 선점하느냐에 따라 시장 지배력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김광석 실장은 "온라인 시장의 규모가 커질수록 플랫폼의 영향력을 커질 수 밖에 없다"며 "기업들은 스스로 플랫폼이 되거나 플랫폼을 활용하는 두 가지 전략을 선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온라인 시장의 각축전이 벌이지고 있는 상황에서 유통 기업들의 합종연횡 등 급격한 변화의 이슈에 주목하면서 생존 방안을 모색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