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28일 고등부장 이상 고위법관 정기인사에서 다음달 9일자로 총 30명이 퇴직한다고 밝혔다. 이 중 사법농단 사건의 직·간접적 관계자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의 공소장에 적시된 법관만 6명이다.
퇴직을 앞둔 법관 6명은 이동근 서울고법 부장판사, 조한창 서울고법 부장판사, 이원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 김봉선 수원지법 부장판사, 조원경 수원지법 부장판사, 방태경 창원지법 통영지원 부장판사다.
이민걸 부장판사는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으로 일하며 사법행정권 남용 문건 작성을 지시하고 묵인한 혐의로 기소돼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2018년 대법원에서 정직 6개월의 징계를 받기도 했다.
이동근 부장판사는 임 부장판사의 재판개입 행위의 상대방으로, 임 부장판사에게 판결문 초안을 보내는 등 적극적으로 지시에 응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그러나 임 부장판사의 1심에서 재판부는 "이동근 부장판사가 평소 자신의 생각과 합의부의 논의 등을 거쳐 독립적으로 중간 결정을 했다"며 "임 부장판사의 말을 지시가 아닌 선배 법관의 조언 정도로 받아들였다"고 판단했다.
조한창 부장판사는 서울행정법원 수석부장판사로 재직하며 임종헌 전 차장으로부터 재판개입지시를 받고 이를 담당 재판부에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2019년 초 시민사회단체가 탄핵소추 대상으로 꼽은 법관 명단에 포함되기도 했다.
다음달 3일 발표되는 지방법원 부장 이하 법관들의 퇴직 명단에도 사법농단 연루자들이 여럿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행정처 심의관을 지내며 임 전 차장 등의 지시에 따랐던 정다주·김민수 부장판사 등이 2월 말 법복을 벗을 예정이다.
국회의 탄핵소추는 이들이 퇴직하는 2월 9일 전에 이뤄져야 효력이 있다. 퇴직 전에 탄핵소추를 하면 퇴직 처리가 중지 또는 취소되지만, 퇴직 이후에는 민간인 신분이기 때문에 제한 없이 변호사 등록이 가능하다.
다만 임성근·이민걸 부장판사의 경우 사직이 아니라 재임용을 불희망 했기 때문에 2월 중 국회가 탄핵소추를 하더라도 퇴직처리가 중단되지 않고 2월 말 자동으로 임기가 끝난다. 이후에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을 하게 되면 민간인 신분인 임·이 부장판사를 탄핵 대상으로 볼 수 있는지를 두고 검토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의 법관 탄핵 추진은 이번이 세번째다. 1985년 특정 법관에 대한 인사 불이익 문제로 고 유태흥 전 대법원장에 대해, 2009년 재판개입 논란으로 신영철 전 대법관에 대해 추진된 적이 있다. 다만 당시 탄핵안들은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부결되거나 표결도 거치지 못하고 폐기됐다.
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헌정 사상 최초의 법관 탄핵소추 사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