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27일 의원총회에서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와 이동근 서울고법 부장판사들에 대한 탄핵에 공감대를 모았다. 다만 당 지도부는 2월 임시국회 내 탄핵안 처리는 하지 않기로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세월호 7시간' 재판 개입했던 임성근·이동근…與, 한목소리로 "탄핵해야
법관 탄핵안 소추에 대한 요건은 이미 갖춰졌다. 법관 탄핵을 이끄는 이탄희 의원이 110여명의 여권 의원들에게 찬성 서명을 받아둔 상태다.
법관에 대한 탄핵안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이상의 동의로 발의될 수 있다. 의결에는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이 필요하다. 최종 결정은 헌법재판소의 몫이다.
탄핵 대상인 임성근·이동근 부장판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의혹'을 제기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일본 산케이신문 기자의 재판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다. 1심 재판부는 임 부장판사에 대해 법리상 무죄를 선고했지만 임 판사가 산케이신문 기자의 재판에 관여한 것은 헌법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에서는 1985년과 2009년 두 차례 법관 탄핵 시도가 있었지만 모두 불발됐다.
이날 의총에서도 이 의원의 제안에 중진과 초·재선의원을 가리지 않고 "법관은 무풍지대가 아니다"라며 동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우원식·홍영표·송영길 의원 등 차기 민주당 당권주자까지 나서 법관탄핵에 찬성하고 있는 상황이다. 재판개입 의혹을 받는 두 판사가 퇴직할 경우 변호사 등록, 퇴직연금, 전관예우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데 이것만은 막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당 지도부는 법관 탄핵을 추진할 경우 야권에서 입법 독주와 사법부 길들이기 프레임으로 맞서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2월 임시국회에서 방역·민생, K-뉴딜 등과 관련한 법안 103개를 처리하고 상생연대3법(영업제한손실보상법·협력이익공유법·사회연대기금)도 신속하게 검토해야 하는데, 법관탄핵과 같은 정치적 휘발성이 큰 사안을 밀어붙였다가 야당과 입법 협조가 요원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또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갈등 국면에서 법원이 사실상 윤 총장의 손을 들어준 것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자칫 법관탄핵이 법원의 직무정지 결정에 대한 보복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것.
앞서 법원은 윤 총장이 법무부의 정직 2개월 징계에 불복해 낸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탄핵안에 대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부담이다. 이 경우 민주당이 그동안 추진해 온 사법·검찰개혁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로 남을 수밖에 없다.
이에 당 지도부에선 의총이 열리는 전날 일부 의원들에게 "법관탄핵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는 것은 무리"라는 의사를 전달했다고도 한다.
민주당 박성준 원내대변인이 의총이 끝난 뒤 기자들에게 "이탄희 의원의 개인 발제기 떄문에 당론 채택과는 별개 문제"라고 선을 그은 것도 이같은 정무적 부담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당 지도부의 심정적 반대를 넘어서더라도 2월 임시국회 회기 내 법관탄핵이 처리되기까지는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국회는 국회법 130조에 따라 탄핵소추안이 본회의에 보고된 뒤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표결해야 한다.
늦어도 1월 안에 소추안 서명작업이 마무리돼야 다음달 2일 첫 본회의에서 보고한 뒤 72시간째가 되는 5일에 소추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다.
29일 고등법원 부장판사 이상 인사발표가 예정된 가운데 이동근 부장판사에 대한 퇴직 발령은 다음달 9일쯤이 될 것으로 보인다. 9일 전에 탄핵이 이뤄져야 이 부장판사에 대한 직무정지가 가능하고, 그 뒤 법원이 퇴직 발령 취소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임성근 부장판사는 다음달 28일 임기가 만료된다.
국회가 2월 초까지 본회의에서 탄핵안이 의결되면 두 부장판사에 대한 법원의 파면이 가능하다.
국회법 134조는 '소추의결서가 송달되었을 때에는 소추된 사람의 권한 행사는 정지되며, 임명권자는 소추된 사람의 사직원을 접수하거나 소추된 사람을 해임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민주당은 전날에 이어 28일에도 의총을 열고 법관탄핵에 대한 최종 방침을 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