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경찰청 청문·수사 합동 진상조사단은 이날 오전 블랙박스 복구업체 관계자 A씨를 참고인으로 불러 약 1시간 30분간 조사했다.
지난 24일 꾸려진 조사단은 이 차관 사건 당시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담당 수사관이 묵살했다는 의혹을 조사 중이다. 폭행 피해를 입은 택시기사는 사건 발생 당일인 지난해 11월 6일 파출소에 블랙박스 SD카드를 들고 갔으나 영상을 재생하지 못했고, 다음날 A씨 업체를 찾아 영상 복구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상이 복원된 뒤 택시기사는 휴대전화로 해당 영상을 찍어갔다. A씨에 따르면 3일 뒤인 같은 달 9일, 경찰에서 두 차례 연락이 와 블랙박스 영상에 대해 물었고, A씨는 "택시기사의 휴대전화를 확인해 보라"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담당 수사관은 '영상을 못 본 걸로 하겠다'며 외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의 주장에 의하면 수사 지휘라인은 영상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택시기사와 이 차관의 합의를 감안하더라도 △수사관이 핵심 증거인 블랙박스 영상을 보고도 그대로 덮은 점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적용을 따지지 않고 내사종결 처리한 점 △당시 사안을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추후 논란이 되고 난 뒤에도 보고를 누락한 점 등은 규명해야 할 대상으로 꼽힌다.
다만 조사단 관계자는 "진상조사단 활동에 대해서는 일일이 확인해 드릴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이 차관 사건을 재수사하는 검찰의 다음 수순 역시 담당 수사관 소환조사라는 관측이 나온다. 수사를 담당하는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이동언 부장검사)는 지난 20일 택시기사의 휴대전화에서 영상을 복원해 확보했다. 전날에는 블랙박스 복구업체 관계자 A씨도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블랙박스 영상 덮기' 논란이 거세지자 경찰 자체 진상조사가 불가피해졌고, 조사 진행에 따라 수사와 감찰 여지까지 열려 있는 상황이다. 이에 경찰의 진상조사와 검찰의 수사가 '속도전'으로 흐르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수사권 조정이 올해부터 시작됐다는 시기적인 상황도 의식할 수 밖에 없는 분위기다. 경찰은 정인이 사건 등 잇따른 수사 실책으로 진통을 겪었다. 이 차관 사건의 경우에도 "문제가 없다"고 단언했지만 뼈 아픈 실책이 드러났다. 경찰로선 하루 빨리 자존심과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다. 검찰은 경찰과 차별점을 보이는 행보를 이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경검 간의 불편한 분위기는 검찰의 강제수사에 따라 더욱 고조될 가능성이 있다. 이 차관 사건을 담당했던 서울 서초경찰서에는 검찰의 압수수색을 현장에서 확인하려는 취재진이 전날부터 진을 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