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전국택배연대노조(택배노조)는 서울 서대문구 전국서비스산업노조연맹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각 택배사들은 지점이나 영업점에 사회적 합의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내용의 공문을 내려 사실상 사회적 합의를 파기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각 택배사들이 작년 10월에 발표한 분류인력 투입인력(CJ대한통운 4천 명, 롯데택배 1천 명, 한진택배 1천 명)만 투입하면 더 이상의 분류작업 인력 투입을 하지 않겠다고 한다"며 "이렇게 될 경우 롯데나 한진택배의 경우 택배기사 70% 이상은 여전히 분류작업을 택배기사가 수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CJ대한통운도 자동화설비가 설치되지 않은 터미널의 경우 마찬가지로 분류작업은 택배노동자가 수행해야 한다"며 "요약하면 결국 분류작업은 이전과 똑같이 택배기사가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 21일 택배사 측과 노조는 사회적 합의기구에서 '분류작업의 비용과 책임을 회사가 진다'는 내용으로 최종 합의했다. '분류작업'은 택배기사 업무의 40~45%를 차지하는 반면 이에 대한 대가는 지급되지 않아 '공짜노동'으로 불리며 과로사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혀왔다. 이로 인해 택배기사들이 새벽까지 배송을 했기 때문이다.
택배노조 진경호 수석부위원장은 "CJ대한통운은 4천 명, 롯데·한진은 1천 명만 투입하면 끝난다고 현장에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롯데·한진은 자동화 설비가 갖춰져 있지 않아 실제로는 약 4천 명 이상의 분류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1천 명만 투입해놓고 추가 투입이 없다고 주장한다면 나머지 70% 이상의 택배기사는 여전히 장시간 공짜 분류작업에 투입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1천 명의 근거가 어디서 나왔냐 물어보니 롯데·한진 측에서 아무런 근거도 못 댔다"며 "합의된 지 5일 밖에 되지 않은 사회적 합의를 완전히 파기하는 수준이다. 개탄을 금치 못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택배사 측이 약속한 '4천 명, 1천 명, 1천 명'은 사회적 합의 이전인 지난해 각 택배사가 자체적으로 과로사를 막겠다며 내놓은 대책일 뿐이지, 사회적 합의에 따른 대책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택배노조는 총파업 등 '단체행동'까지 염두에 두고 합의한 이행을 위한 가능한 방안을 이날 검토할 계획이다.
진 수석부위원장 또한 "쟁의행위 관련 조합원 찬반투표는 전체 조합원 5135명 중 97%가 투표에 참가해서 91% 찬성으로 이미 가결됐다"며 "(투표) 당일 사회적 합의기구의 합의가 발표됐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여전히 (투표는) 유효하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택배사 측은 합의 내용을 파기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 택배사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과로사 대책을 발표하면서 전체 택배기사 인원수에 맞춰서 필요한 분류인력 인원을 산정했고, 그에 따른 투입을 올해까지 단계대로 진행 중인 상황"이라며 "합의 내용을 파기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