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남부지법 제3-3민사부(이주영 부장판사)는 인력 중개 플랫폼 앱 이용자가 서비스 운영 업체를 상대로 제기한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해당 업체의 광고를 문제삼으며 피해 고객에게 위자료 1천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피해자 A씨는 지난 2018년 6월 29일 책장과 책상을 옮기는 일을 할 인력을 구하기 위해 해당 앱에 글을 올렸다. 보수를 3만 원으로 정해 입찰한 B씨가 헬퍼로 채택됐다.
해당 앱은 고객이 타인에게 의뢰할 업무 내용(미션)을 적어 앱 게시판에 올리면, 등록된 헬퍼들이 이를 보고 입찰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고객이 그중에서 미션을 수행할 헬퍼를 선택해 직접 연락하면, 헬퍼가 방문해 미션을 수행한 뒤 고객에게 보수를 지급받는다.
B씨는 같은 날 오전 8시 30분쯤 A씨의 아파트를 방문해 요청받은 일을 한 뒤, 자신이 가져온 공구함에 있던 길이 24cm의 톱을 A씨의 목에 대고 협박하며 추행했다. 이어 간음하려다가 아파트 벨소리가 들리자 도주했다. 당시 집에는 A씨와 아이 단 둘만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범행으로 B씨는 특수강간죄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10년의 유죄판결을 선고받았다. B씨가 항소해 징역 7년으로 감형됐고 대법원에서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B씨는 수차례 성범죄를 저지른 전과자였다. 그는 범행 당시에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부착하고 있는 상태였다. B씨는 2002년과 2008년 강간등치상죄 등으로 각각 징역 5년과 10년을 선고받았고, 2013년 2월 전자장치 부착명령 10년을 결정받았다.
그러면서 "원고의 정신적 고통이 상당했을 것으로 보이고, 앱 서비스 등은 소비자들이 그 내용이나 실체를 달리 확인할 방법이 없어 광고 내용의 진실성이 더욱 요구된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업체는 온라인 광고, SNS 등을 통해 '모든 헬퍼는 신원 확인 및 검증을 거쳐 선별되고 있다', '신원이 검증된 헬퍼가 아이 돌보기, 병원동행 등 맞춤케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신원이 확인돼서 안전 문제도 걱정 없다' 등의 내용을 홍보했다.
재판부는 "고객들로서는 당연히 업체가 엄격한 검증 절차를 거쳐 정식 헬퍼를 선별했고, 아동이나 여성만 있는 집안 내부에서 이뤄지는 업무도 범죄의 걱정 없이 믿고 맡길 수 있을 정도인 것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인증된 정식 헬퍼라 하더라도 업체에 이름과 연락처 정도를 제공한 자들일 뿐, 신원이 엄격하게 검증됐다고 볼 수 없고 특히 안전 문제에 있어 걱정이 없다고 판단할 만한 근거는 딱히 없었다"며 "이는 사실을 은폐한 기만적 광고이거나 사실과 다른 거짓·과장의 광고에 해당한다고 판단된다"고 판시했다.
다만, 업체가 사용자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는 원고 측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업체는 헬퍼가 고객에게 받은 돈의 20%에 해당하는 금액을 수수료로 받았다. 원고 측은 "사실상 업체에 고용돼 그 지휘감독 아래 업무를 집행하는 관계에 있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고용 내지 고용 정보를 중개하는 서비스를 제공한 것으로 보일 뿐, 사실상 헬퍼를 고용했다거나 그들의 업무를 실질적으로 지휘감독할 만한 지위에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업체가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 과실로 범죄행위를 용이하게 해 방조한 공동불법 행위자라는 원고 측 주장도 기각됐다.
재판부는 "업체가 B씨가 성범죄로 형사처벌받은 이력과 전자발찌를 착용한 상태인 사실을 미리 적발해 적절히 배제하지 못한 점은 있다"면서도 "B씨의 불법행위를 예상할 수 있었다거나, 불법행위를 용이하게 한다는 점에 대한 예견 가능성이 있었다고까지 평가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범죄 전력자라 하더라도 단순 노무 등의 일시고용 업무에서까지 전적으로 배제돼야 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업체가 정식 헬퍼 심사를 위해 본인 여부를 확인한 점, 업체가 '최근 5년 안에 형사상 처벌받은 이력이 없다' 는 등의 항목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고 B씨가 '그렇다'고 체크했던 점 등을 종합해 판단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