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0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2019년 준공한 공공건설공사 49건 사업에 대한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국토부가 사업을 계획·추진하는 5개 지방국토관리청과 국가철도공단, 한국도로공사가 추진한 100억 원 이상 규모의 공사를 대상으로 분석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만 정보공개를 거부해 분석을 못했다고 한다.
분석 결과 49건의 사업 전체의 최초 공사비는 3조 204억원이었던 반면, 최종 공사비는 3조 6056억 원으로 5852억 원이 증가했다. 이 중 공사비 변동이 없거나 감소한 사업은 5건 뿐이었고, 대부분 개·보수 공사로 기간이 짧고 금액이 적었다. 44건 공사에서는 모두 공사비 증액이 발생했으며 1건당 평균 119억 원이 증가됐다.
사업 대부분은 지연된 것으로 드러났다. 41건(88%)에서 사업지연이 발생했고, 36개월 이상 지연된 사업도 11건에 달했다. 심지어 2006년에 착공돼 2019년 준공중인 사업도 있었다. 경실련은 "당초 계획된 사업계획대로 완성된 사업이 전혀 없다는 것"이라며 "결국 공사기간 지연으로 인해 국가 예산이 낭비됐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49건의 예산배정방식을 분석한 결과 41건이 장기계속공사 방식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토교통부 국도건설공사의 경우 전체 21건 중 20건이 장기계속공사로 계약됐고, 1건만 계속비로 계약됐다.
경실련은 "국도건설, 철도건설과 같은 대형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은 수년간에 걸쳐 이행되는 국가시책 사업이므로 총사업 예산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며 "만약 예산이 확보되지 않는 상태에서 무조건 착공만을 서두른다면 이는 필연적으로 준공지연(공사 기간 연장)을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다수의 공공사업이 장기계속공사 방식을 이용해 총예산의 확보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된다"며 "예산을 확보하지 않은 채 공사에 착수할 수 있고, 국회의 동의 없이 첫 삽을 뜰 수 있으므로 일견 편리해 보이지만 이러한 편리함이 독이 되기에 선진외국에서는 건설공사에 대해 장기계속 방식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장기계속공사 방식이 '위법'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경실련 윤순철 사무총장은 "공공건설을 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계약을 하게 되는데, 국가계약법에는 이게 근거가 없다. 단지 시행령에만 포함해서 진행하는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법률위임에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장기계속공사제도 즉각 폐지 △모든 사업내용과 사후평가 결과 상시 공개 △공사비 부풀리기 중단 및 사업지연에 따른 손실비용 지급 △제2의 공공사업 효율화대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한편 공사기간 지연으로 세금이 낭비된 대표적인 사업은 '월드컵대교' 건설 공사가 꼽힌다. 마포구 상암동과 영등포구 양평동을 잇는 월드컵대교는 2010년 4월 착공해 10년 넘게 공사를 이어가고 있다. 애초 계획은 2015년 8월 완공이었지만, 계속 늦춰져 올해 8월쯤 개통될 예정이다. 처음 책정한 사업비는 2590억이었는데 공사 과정에서 3550억 원으로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