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맞으면 입양아동 바꾼다?"…文대통령 발언 '파장'

18일 신년기자회견서 입양대책 언급하며 관련 발언
"입양은 아이 쇼핑 아냐…사과하라" 청와대 국민청원
아동단체들 청와대 앞 회견서 "아이는 물건 아냐" 비판
논란 커지자 청와대 "사전위탁제 언급한 것" 해명 나서

18일 오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을 시청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입양 관련 개선책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입양아동이 양부모와 '맞지 않을' 경우 해당 아동을 바꿀 수 있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한 발언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문 대통령은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새해 첫 기자회견에서 '정인이 사건' 관련 질문에 "제대로 대책이 마련돼 있지 않았다는 지적들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면서 "입양의 경우에도 사전에 입양하는 부모들이 충분히 입양을 감당할 수 있는지 잘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초기에는 여러 차례 입양가정을 방문해 아이가 잘 적응하고 있는지, 입양부모 경우에도 마음이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일정기간 안에 입양을 취소한다든지, 또는 여전히 입양하고자 하는 마음은 강하지만 아이와 맞지 않는 경우 (아이를) 바꾼다든지 해서 입양 자체는 위축시키지 않고 활성화하면서 입양아동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자칫 아동학대라는 본질은 뒤로 하고 '입양' 자체가 문제인 것처럼 인식될 수 있게 한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회견 직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입양을 기다리는 아이들과 양부모님께 사과하셔야 합니다'라는 제목으로 문 대통령의 사과를 종용하는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이번 아이의 사망이 아이를 죽인 살인자 양부모와 살인자에게 죽임을 당한 아이가 '맞지 않아서' 생긴 일인가"라고 반문하며 "입양이라는 것은 아이를 골라 쇼핑을 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를 사고, 맘에 들지 않으면 반품하고 환불하는 것이 아니다. 그 아이의 평생을 내가 책임지겠다는 결심이 섰을 때 한 아이를 입양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이날 오후 열린 청와대 앞 기자회견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나왔다. 미혼모·한부모·아동인권단체 등은 이날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아이는 물건이 아니다. 반려견도 이렇게 입양하지는 않는다"며 "(문 대통령이)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면 나올 수 없었을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또 입양 전 친생부모에 대한 상담 제공부터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며 공적 기관이 입양절차를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수의 아동학대 사건을 맡아온 장애인권법센터 김예원 변호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설마 대통령께서 입양아를 입양 동물보다 못하게 취급하실 리는 없고, '입양 전 사전위탁제도'를 언급하시려 한 게 아닌가 한다"며 "(입양아와 양부모의) '무조건' 분리가 능사가 아니다. 가해자들의 변명에 휘둘리지 않고, '첫 현장'에서 꼭 분리가 필요한 아동을 적시에 분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논란이 커지자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대통령 발언의 취지는 입양 활성화를 위해 입양제도를 보완하자는 것"이라며 "현재 입양 확정 전 양부모 동의하에 관례적으로 활용하는 '사전위탁보호' 제도 등을 보완하자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바로 입양을 허가하는 게 아니라 입양 전 5~6개월간 사전위탁을 통한 아이와 예비부모 간 친밀감·양육 및 새로운 가족관계 형성 준비를 수시로 지원하고 점검하자는 것"이라며 "대통령의 언급을 입양특례법상 '파양'으로 오해한 보도들이 있는데 아이를 파양시키자는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홀트아동복지회. 박종민 기자
실제로 정인양의 입양을 주선한 민간기관인 홀트아동복지회의 사후관리가 부실했다는 점 등이 부각되면서, 사전위탁제를 포함해 입양 절차 전반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힘을 받고 있다.

독일의 경우 '중단된 위탁이 좌초된 입양보다 낫다'는 인식 아래 민법상 입양아동이 '적절한 기간' 동안 예비 양부모와 공동생활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영국 또한 양부모가 될 자들이 입양아동을 찾으면 법원에 허가를 신청하기 전 '최소 10주' 동안의 시험양육기간을 두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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