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규원, '김학의 출금' 서류 고쳐가며 위법 논란 고심

김학의 출금 직후 2차례 요청서 수정
명의 변경 이어 사건번호까지 바꿔
당시 이미 문제 소지 인지 가능성 시사
법무부 내부도 대응논리 보고서 작성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 황진환 기자
'김학의 위법 출국금지' 논란의 당사자인 이규원 검사가 출금 당시 법무부에 승인 요청서를 내면서 주요 기재사항을 2차례에 걸쳐 수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검사도 이미 절차적 하자를 인지하고 문제 소지를 비껴가려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신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9년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이던 이 검사는 3월 23일 오전 0시 8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긴급출국금지를 요청한 이후 법무부에 '승인 요청서'를 제출했다.

현행 출입국관리법상 수사기관은 긴급출금을 요청한 때로부터 6시간 이내에 법무부 장관에게 승인 요청서를 보내야 한다. 이 시간 안에 승인 요청을 하지 않거나 승인 요청을 하고도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받지 못한 경우 출금 조치는 해제된다.

이 검사의 승인 요청서가 법무부에 처음 전달된 때는 긴급출금이 이뤄진 직후로 보인다. 이 검사가 작성한 승인 요청서는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을 거쳐 실무자에게 사진으로 전송됐는데 그 시간이 23일 오전 1시 53분이었다.

이때 이 검사가 보낸 요청서 명의는 '긴급출금은 수사기관의 장이 한다'는 규정대로 한찬식 당시 서울동부지검장이었지만, 이 검사는 한 지검장의 관인은 비워둔 채 '代 이규원'이라고 자필 서명했다.

이한형 기자
한 지검장의 승인이 있었던 것처럼 요청서를 만든 것이지만, 당시 한 지검장은 승인은 물론 보고조차 받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를 의식한 듯 요청서는 1차 수정을 거치는데, 여기서 이 검사는 '代 이규원'이라는 서명 앞에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이라는 문구를 추가해 소속을 명시했다.

아울러 '代 이규원' 뒤에는 (검사)라는 직책도 추가하면서 자신이 한 지검장을 대신해 서명한 게 아닌, 대검 진상조사단 소속 검사로서 단독으로 긴급출금을 요청하는 모양새를 갖췄다. 이때도 요청서는 차 본부장이 사진으로 실무자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한 차례 수정을 거친 승인 요청서는 얼마 안 가 2차 수정이 이뤄졌다. 애초 사건번호란에 기재한 '중앙지검 2013년 형제65889호 등'을 펜으로 지우고 '서울동부지검 2019년 내사1호'라는 사건번호를 새로 적은 것이다. 시간은 오전 4시 전후다.

이 검사가 삭제한 '중앙지검 2013년 형제65889호'는 과거 김 전 차관이 무혐의 처분받은 사건번호다. 이미 종결된 사건번호로, 이를 근거로 출금을 요청하는 건 불법 소지가 크다. 긴급출금 대상은 범죄 피의자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초 긴급출금 당시만 해도 해당 무혐의 처분 사건번호로 김 전 차관의 출국을 제지한 이 검사가 뒤늦게 승인 요청서에서 사건번호를 수정한 데에는 이같은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새로 기재한 내사번호도 김 전 차관과 상관없는 입찰방해 사건이었다.

결국 이 검사가 2차례에 걸쳐 직접 요청서를 수정한 배경에는 향후 법적 논란을 피해가려는 계산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실제 최근에야 수면 위로 떠오른 위법 출금 논란에서도 핵심은 왜 기관장의 직인이 없고, 또 사건번호가 허위냐는 데에 방점이 찍혀있다.

이한형 기자
당시 법무부 내부에서조차 이를 법적 쟁점으로 우려하면서 대응 논리 보고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출금 직후 출입국심사과에서 만든 보고서에는 △대검 진상조사단이 수사기관인지 △수사기관 단독으로 출금이 가능한지 △무혐의 사건번호로 행한 출금이 적법한지 등을 면밀하게 검토한 내용이 담겼다.

계속되는 논란에도 법무부는 이 검사의 조치에 '문제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전날 낸 입장자료에서 법무부는 "긴급출국금지 일부 절차와 관련한 논란은 출입국관리법상 '법무부 장관이 직권으로 출국금지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점에 비춰볼 때, 출국금지 자체의 적법성과 상당성에 영향을 미칠 수 없는 부차적인 논란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그래픽=고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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