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 논란 탓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14일 징역 20년과 벌금 180억 원, 추징금 35억 원을 최종 선고했다.
지난 2016년 가을 국정농단 의혹이 불붙은 지 약 4년 3개월 만의 결론이다.
그런데 대법원 판결문의 잉크가 채 마르지도 않았는데 연초 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때 온 사면 군불이 다시 지펴지고 있다.
이 대표를 비롯해 여권은 전직 대통령들의 '사과와 반성'이 우선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 일부에선 '조건없는 사면'을 줄기차게 외친다.
'국가의 품격'을 명분으로, 국민통합할 의지가 있다면 대통령이 결단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문 대통령이 뇌물과 알선, 수재, 배임, 횡령 등 5대 범죄는 사면하지 않겠다고 했음에도 정치권은 시기의 문제일 뿐 사면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눈치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5월 취임사에서부터 줄곧 "기회는 공평하고 과정은 공정할 것이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임을 강조해 왔다.
공정하고 반칙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현실은 "기회는 평등하지 못했고 과정은 불공정 했으며 결과는 정의롭지 못한" 일이 다반사였다.
전직 대통령의 사면 문제는 대통령과 민주당에게 다시 찾아온 중요한 시험대다.
국민을 내세우면서도 국민의 동의는 안중에도 없는 정치, 특히 민주당에게서 그동안 '선택적' 정의와 공정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구제방안은 없다'며 단호하던 정부가 의대생들에게 국가시험 재응시의 자격을 준 게 대표적이다.
"의대생 국가시험 재응시 문제는 국가 신뢰의 문제"라며 "국가가 정한 기본 원칙과 약속은 굳건히 지켜져야 한다. 이것이 민주당의 의견"이라던 결기는 이미 보이지 않는다.
대선을 앞둔 고육지책이었다지만 서울, 부산시장 선거전에 뛰어든 것도 엄연한 반칙이다.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등 중대한 잘못으로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 선거를 실시하면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는 당헌대로라면 후보를 내서는 안된다.
"상황이 변경됐다고 당원투표라는 걸 통해 공천자를 내겠다"는, "비겁한 결정을 당원의 결정으로 남겼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것이다.
청년층은 인천국제공항 사태에 분노했고, 다주택을 가진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에 대한 대처방식에 실망했다.
남에게는 엄격하고 자신에겐 한없이 관대한 '내로남불'식 원칙과 잣대가 불신을 자초하고 있는 것이다.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에 180석을 안겨줬지만 대통령과 민주당 국정수행 지지도와 지지율이 바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다.
다음 주로 예상되는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이 내놓을 답에 '국민적 동의'가 그래서 우선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