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실 주재로 열린 <'양천 입양아동 학대사건'을 통해 본 아동보호체계의 문제점 진단> 긴급 국회 온라인 간담회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지난 주말 '정인이 사건'이 전파를 탄 뒤에야 대책을 쏟아내는 정부와 국회의 행태를 꼬집었다. 그러면서 "어려운 문제인 만큼 쉽게 가려고 해선 안 된다. 중장기적 대책도 세워야 한다"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국가 차원의 '아동학대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영주 변호사는 "(국가가) 제도 개선 측면에서 조사를 한 적이 한 번도 없다"며 "수사기관이 가해자를 처벌하기 위해 수사한 내용과 언론 보도 뿐이다. 조사의 내용과 방향이 다를 수밖에 없어 국가 차원의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영국의 '클림비 보고서'도 언급했다. 영국 정부는 8세 여아 클림비 아동학대 사건을 2년 동안 조사하고 발표한 결과를 바탕으로 제도를 개선했다. 김 변호사는 "각 부처, 외부 전문가가 참여해 현장을 직접 뛰는 조사가 필요하다"며 "아동학대 대응 시스템 전반의 문제점 등을 위주로 조사해, 현장에서 구현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정부와 국회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정부와 국회가 내놓은 대책들이 피해 아동에게 무엇이 '최상의 이익'이 되는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적용할 수 있는 분리조치는 이미 있다. 아동학대인지 판단을 못하는 게 문제"라며 "종사자의 전문성을 끌어올려 이들이 유연하게 사건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동 감수성을 가진 새로운 통합 부처를 만들 필요도 있다고 제언했다. 김 변호사는 "예산의 전향적 투입과 각종 자원을 우선적으로 배분하는 게 필수"라며 "코로나19 영향으로 복지부가 다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동정책의 우선순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이브더칠드런 고우현 매니저도 "정부 예산 규모는 곧 사안에 대한 관심의 크기를 나타내는 척도인데, 우리나라의 아동보호 관련 예산은 GDP 대비 0.2%로 OECD 평균의 1/7 수준"이라고 했다.
아울러 법령·제도·아동심리·조사기법 등에 대해 철저한 교육을 강화하고, 각종 판단을 위한 체크리스트와 지침, 평가툴을 연구하고 최신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동학대 문제는 초기에 투입된 인력의 전문성과 신속한 조사가 중요한 만큼, 경찰 조직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짚었다.
복지부는 통합 부처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하며 아동기본법 제정 등을 구상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 참여한 보건복지부 아동학대대응과 박은정 과장은 "컨트롤타워나 체계 정비가 필요하겠다는 문제의식하에, 정책 연구용역을 통해 제대로 준비해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아동을 분리조치한 후 필요한 인프라(쉼터, 전문가정 위탁 등)에 대한 수요 조사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입양인연대 민영창 대표는 "아이와 부모를 매칭할 때부터 공적 개입이 필요하다. '아이가 어떤 부모에게 가는 것이 좋을지'로 고민의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주기적으로 방문간호사가 가정을 방문해 발달 상태를 확인하는 방문관리제 등을 도입하고, 공적 기능 확대·평가제 형태 운영 등 입양 사후 서비스를 전반적으로 손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노혜련 교수는 "입양아동을 배치하기 전 가정조사 내용을 세분화·표준화하고 부모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