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외하고 유예하고…끝없이 손질되는 '중대재해법'

'5인 미만' 적용 않고 다중이용업소 일부 제외
사업주 책임 인과추정, 공무원 처벌 조항 삭제
유예기간 늘려 오는 8일 본회의서 처리할 듯
정의당 "국민 생명안전으로 흥정…차별이다"

백혜련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위원장이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가 열리는 회의실로 향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여야가 '중대재해기업 처벌법' 처벌 수준을 낮춘 데 이어 적용 대상까지 대폭 줄이기로 합의했다.

쟁점 대부분이 해소되면서 법안 통과에 청신호가 켜졌지만 산재 사망사고를 막자는 애초 입법 방향과 비교하면 사실상 '누더기'가 됐다는 지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여야 "소상공인이 어려운 점 많이 얘기한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참여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는 6일 회의 결과, 5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은 '산업재해' 처벌 적용 대상에서 빼기로 했다.

법사위 여당 간사이자 법안소위원장인 백혜련 의원은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소상공인들이 어려운 점들을 많이 얘기한다'는 걸 강력하게 주장했다"며 "위원 간에 갑론을박을 하다가 중기부 의견을 받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노동자가 아닌 시설 이용자가 피해를 보는 사고, 이른바 '중대 시민재해'의 경우 아예 상시근로자 10인 미만 사업장을 처벌하지 않기로 했다.

음식점, 노래방, PC방, 목욕탕 등 다중이용업소도 바닥 면적 1천㎡ 미만이면 적용하지 않을 방침이다. 학교시설도 대상에서 뺀다.


사업주가 '위험 방지' 의무를 5년새 3차례 위반했거나 증거 인멸로 수사를 방해한 사실이 확인됐을 경우에 한해, 사업주 책임을 '추정'할 수 있게 하자는 이른바 '인과 추정' 조항도 삭제했다. 공무원 처벌 특례도 없앴다.

정의당 김종철 대표가 6일 오전 국회 본청 단식농성장 앞에서 열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관련 대표단 - 의원단 긴급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정의당 "국민 생명안전으로 흥정…차별이다"

정의당은 크게 반발했다.

단식 농성중인 김종철 대표는 회의실 앞에 대기하다 백혜련 의원에게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아예 이 법 내에서 존재하지 않는 존재가 됐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산재 사망사고가 전체 건수 가운데 20%, 종사자 수 기준으로는 40%에 달하는 만큼 상당수 노동자가 배제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전한 것.

앞서 "생명안전에 있어서도 귀천이 있고 차별을 두겠다고 하는 것으로 여길 수밖에 없다. 거대양당이 국민의 생명안전을 두고 흥정을 하는 것"이라던 장혜영 의원 지적과 같은 맥락이었다.

그러자 백 의원은 "5인 미만 사업장 책임자는 이 법 적용을 받지 않지만 여기에 하청을 준 원청 같은 경우 중대재해법이 적용된다"며 "5인 미만 사업장은 사업주 자체도 열악한 상황인데 똑같이 처벌하는 게 맞냐는 문제제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8일 본회의서 처리할 듯

다만 여야는 사업장 규모별로 유예기간을 두는 방안에 대해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야당 입장이나 정부 협의안 쪽 방향, 즉 당초 정의당이나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보다 유예기간을 늘리는 쪽으로 논의가 진행되던 것으로 전해졌다.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 만큼, 5~50인 사업장과 50~100인 사업장 등 규모에 따라 유예 구간을 달리 정할 전망이다.

여야는 7일 다시 법안소위를 열어 유예기간을 다듬은 뒤 법사위 전체회의를 열어 의결할 계획이다. 8일 본회의에서 최종 처리될 가능성은 더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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