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과 조선중앙TV,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의 보도 내용으로 2016년 7차와 올해 8차 당대회 집행부 구성을 비교해 보면, 김정은 위원장을 비롯해 39명 총원은 그대로인데 구성원 중 29명(74.4%)이 교체됐다.
자리를 지킨 것은 김 위원장과 최룡해·리병철·김덕훈·박봉주·리일환·김영철·최부일·오수용·최상건 등 10명이다. 이 가운데 김정은·최룡해·리병철·김덕훈·박봉주는 권력의 핵심으로 꼽히는 정치국 상무위원이며, 다섯 명 모두 주석단 첫째줄에서 포착됐다.
주석단 첫째줄은 핵심 인사들이 주로 앉는다. 중앙에 김정은, 왼쪽에 리병철과 박봉주가 포착됐으며 오른쪽에 최룡해, 김덕훈이 앉았다. 그 옆으로는 최근 승승장구한 박정천 총참모장(한국의 합동참모의장에 해당), 최부일 군정지도부장, 김수길 총정치국장의 모습도 보인다.
리병철은 2016년 8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1형의 실제 잠수함 시험발사 성공 당시 김 위원장과 맞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포착된 적이 있다. 그는 지난해 10월 10일 열린 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도 박정천에게 열병부대를 대표해 보고를 받은 뒤, 최고사령관인 김정은에게 이를 다시금 보고했다. 이는 당이 군대를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박정천은 포병국장 출신으로 2019년 9월 작전지휘를 총괄하는 총참모장이 됐으며 이것 자체가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총참모장은 대부분 군단장이나 총참모부 작전국장 등을 거친 정통 야전군 출신들이 임명되기 때문이다. 계급은 차수를 거쳐 지난해 리병철과 함께 원수 칭호를 받았다.
북한군에선 총정치국이 제도적으로 군에 대해 당적 통제를 담당하며 서열도 통상적으로 총정치국장이 총참모장보다 앞선다. 그런데 박정천이 김수길보다 김정은에 더 가까운 자리이며, 지난해 승진으로 계급도 두 단계 더 높다는 점도 눈에 띈다. 이같은 이유로 이미 지난해 총정치국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는 관측도 나온 적이 있다.
김정은 왼쪽으로 앉은 리병철과 박봉주 다음으로는 김재룡, 리일환, 최휘, 박태덕, 김영철, 김형준이 자리했다. 이들은 모두 당 부위원장이며 일부는 전문 부서의 부장을 겸직하고 있다.
김정은 오른쪽으로는 최룡해, 김덕훈, 박정천, 최부일, 김수길, 태형철, 오수용, 허철만이 차례대로 포착됐다.
오른쪽에는 김정관 인민무력상, 조용원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당 제1부부장, 정경택 국가보위상이 차례로 보인다. 이 7명은 정치국 위원인 정경택을 제외하면 모두 후보위원이며, 집행부에도 이름을 올렸다.
김정은 위원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여동생 김여정 당 제1부부장과 조용원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도 이번 집행부 명단에 새로 이름을 올렸다. 둘 모두 현재는 정치국 후보위원이며 주석단 둘째줄에서 나란히 앉은 모습이 포착됐다.
북한은 회의 안건에 중앙지도기관 선거(간부임명)를 포함시키고 있는데, 이 때문에 김여정을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위원으로 승격시킬지도 주목되는 포인트다. 국가정보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김여정이 위상에 걸맞는 직책을 맡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김여정이 "외교안보뿐 아니라 당 창건 행사 총괄 기획을 맡는 등 국정 전반에 관여하고 있다"며 "2개월 동안 김 위원장의 수행을 중단했는데 그 때 아무 일도 하지 않은 게 아니라 수해 등 별도 현안을 관장했다"고 말했다.
국가정보원은 이 자리에서 북한이 최근 군의 행정을 주로 맡는 인민무력성을 국방성으로 교체했다고도 설명했는데, 사실이라면 김정관의 직책은 인민무력상이 아니라 '국방상'이 된다. 다만 북한 매체를 통해 공식 확인되지는 않았다.
집행부는 핵심 인사 10명을 제외하면 성과 위주의 승진 인사를 통해 세대 교체한 인물들인데 김덕훈과 박봉주, 최상건 과학교육부장 등 경제·과학·교육 부문의 관료들이 대거 포진된 것도 특징이다.
5년 전 7차 당대회와 달리 달리 강윤석 중앙재판소장과 김명길 중앙검찰소장 등 사법기관 인사들도 집행부에 포함됐다. 경제난 속에 민심이 흉흉해질 수 있기 때문에 규율을 강화하고 사회기강을 다잡으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