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호는 1일 0시에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열린 'PBA-LPBA TOUR 3차전 NH농협카드 챔피언십' 128강전 서바이벌을 통과했다. 90점의 엄상필(블루원리조트)에 이어 74점을 얻어 조 2위로 64강전에 올랐다.
진땀을 흘린 프로 데뷔전이었다. 조재호는 김철민, 노병찬까지 4명이 겨루는 서바이벌 방식과 아마 최강이라는 타이틀에 대한 부담 때문인지 초반 극심한 부진을 보였다. 첫 4이닝까지 1점도 올리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조재호는 어려운 공 배치에 애를 먹었다. 회심의 옆돌리기 등이 종이 한 장 차이로 빠지면서 고전을 펼쳤다. 전반 11이닝 동안 5득점, 애버리지가 0.5점도 되지 않으면서 최하위로 후반을 맞아야 했다.
조재호의 명성을 감안하면 낯선 출발이었다. 조재호는 1999년 3쿠션에 입문해 20여 년 한국 당구의 간판으로 활약했다. 대한당구연맹 랭킹 1위로 국내 무대를 주름잡은 조재호는 2014년 터키 이스탄불 월드컵에서 한국 선수로 4번째 월드컵 우승을 거뒀고, 2018년 아시아선수권 정상에도 등극하는 등 세계 랭킹 3위까지 올랐다.
그런 조재호가 프로 데뷔전에서 탈락 위기를 맞은 상황이었다. 후반 초반 13이닝째는 1위 엄상필에 무려 88점이나 뒤졌다. 3위 노병찬과도 12점 차로 뒤진 꼴찌로 처져 64강 진출 가능성이 희박해보였다.
16이닝째는 조재호 특유의 파워와 스피드를 앞세운 파괴력 넘치는 공격으로 탄성을 자아내며 폭풍 10점을 올렸다. 절묘한 빈 쿠션 대회전 2점이 압권이었다. 단숨에 70점대, 2위로 올라선 조재호는 1위 엄상필까지 위협할 정도였다.
조재호는 3, 4위 그룹을 멀찍이 따돌리며 안정권에 접어들었다. 조재호의 얼굴에도 여유가 생겼다. 후반 이닝 평균 3점의 가공할 공격력을 보인 조재호는 엄상필과 함께 2위로 64강에 안착했다.
밤 늦게까지 현장에서 관전한 NH농협카드 및 NH농협은행 스포츠단 관계자들도 그제야 표정이 풀렸다. NH농협카드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그린포스를 창단했고, 이번 대회 타이틀 스폰서까지 맡으며 의욕적으로 출발했다. 조재호와 함께 여자 아마 최강 김민아 등을 영입한 NH농협카드는 돌풍의 핵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출발이 좋지 않았다. 조재호의 팀 동료 프엉 린(베트남), 오태준, 김현우과 여자부 전애린 등은 모두 초반 탈락했다. 김민아가 16강에 진출하긴 했지만 팀 리더인 조재호의 어깨가 무거웠다.
특히 조재호는 NH농협은행 스포츠단이 심혈을 기울여 영입한 선수. 아마 최강이라는 상징성을 갖는 조재호를 영입하지 못한다면 팀 창단 자체가 무산될 수 있을 만큼 사활을 걸었던 터였다. 그런 조재호였기에 첫 경기 탈락 위기는 관계자들의 가슴을 철렁거리게 만들었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조재호가 주장의 막중한 책임을 다한 것이다. NH농협은행 스포츠단 박용국 단장, 장한섭 부단장은 "하마터면 새해 첫날 짐을 쌀 뻔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리면서도 "역시 조재호답게 중반 이후 봇물 터지듯 엄청난 공격력을 선보였다"며 신뢰감을 드러냈다.
조재호는 1일 오후 1시 30분부터 절친 강동궁(SK렌터카) 등과 64강전을 치른다. 호된 프로 신고식으로 액땜을 치른 조재호가 첫 PBA 투어에서 과연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