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모임·숙박 제한에 관광지 '탄식·호응'…표정 교차

벼랑 끝 상인들 "앞 캄캄.. 최악이다"
주민 "제한조치 환영…감염 확산 안돼"
객실 예약률 50% 제한 숙박업 '혼란'

지난 23일 강릉시 경포해변 일대에 출입 통제선이 설치되고 있다. (사진=유선희 기자)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여전한 가운데 연말연시 감염 대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5인 이상 사적모임을 금지하고, 숙박시설 객실 예약은 50% 이내로 제한하는 등 초강수를 뒀다. 특수를 기대했던 관광지 상인들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고, 관광객 중 확진자가 많이 발생해 불안에 떨었던 주민들은 호응하고 있다.

정부 방역지침에 이어 강원 동해안 지자체에서 일제히 특별방역 대책을 발표한 지난 23일, 강릉 경포해변 일대에는 해변출입 통제선이 설치됐다. 상인들은 텅 빈 눈으로 통제선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코로나19로 시작한 올 초부터 여름철 긴 장마, 가을 태풍 등으로 피해가 컸던 터라 연말 '해돋이 특수'를 기대한 상인들은 그저 망연자실하고 있다.

"사실 최고 힘든 건 오히려 지금이에요. 올 초부터 코로나19가 시작했지만, 그럼에도 '상황이 나아지겠지' 하는 기대심리가 있었거든요. 기대를 안고 근근이 버텼는데 이건 뭐 더 힘들게 만들어놨으니 이제는 어쩌나... 이런 생각밖에 없어요. 특수를 봐야 하는 시기에 객실 이용률도 반으로 잘라놨잖아요. 앞이 캄캄하고 죽을 지경이에요.. 이젠 정말 틀린 거 같아요."

경포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임모(53)씨는 벼랑 끝으로 내몰린 상인들의 현주소를 대변했다. 임씨는 "매출은 없는데 전기세 등 관리비는 계속 내는 상황이어서 이제는 정말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라며 "강릉에서도 점점 폐업하는 식당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고 내년이 되면 더 심각해질 것 같아 벌써부터 걱정이 크다"고 낙담했다.

지난 23일 강릉 경포해변 인근의 한 횟집에는 점심시간인데도 텅텅 비었다. (사진=유선희 기자)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운영하는 음식점들은 상황의 심각성을 더 체감하고 있었다. 힘들어진 가게 사정만큼이나 알바생들과 함께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10년째 횟집을 운영 중인 김모(43) 사장은 "사정이 어려운 탓에 알바생을 계속 쓸 수 없어 7명 중 현재 3명까지 줄었고, 종업원들은 쉬는 날을 늘리도록 하는 등 인건비도 겨우 주는 수준"이라며 "아예 과감하게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조정하든가 하지 계속 찔끔찔끔하니까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는 것 같다"고 성토했다.

이어 "저희는 포장이나 배달을 하는 식당도 아니어서 이제 막 포장용기를 구매하는 등 살아나려고 다방면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이번 연말에는 다 금지를 해놓은 터라 관광객들이 있을지 모르겠다"며 "1월 3일까지 버텨보려고 하는데, 그 이후에 어떻게 된다는 보장이 없느니 한마디로 정말 최악"이라고 한숨을 내뱉었다.


특히 이번 연휴는 다른 때와 달리 숙박시설 객실 예약률을 50% 이내로 제한해 지역 상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예약률 반 토막은 숙박시설을 중심으로 조성된 편의점, 식당, 찜질방 등에도 타격을 줄 수밖에 없는 탓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영업이 어려워 폐업한 상가로, 상인들은 "앞으로 폐업 상가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유선희 기자)
당장 숙박업계는 임의로 예약률 조정에 나서야 해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강릉의 대형 호텔에서는 이미 이번 달 초 연말연시 객실 예약률이 만실에 가까웠지만, 갑작스러운 정부 지침으로 급하게 조정에 들어갔다. 자발적인 예약취소도 있지만, 아직까지 50% 이내로 예약률이 떨어지지 않아 직원들이 일일이 문자와 전화를 돌리는 등 '비상 근무'에 돌입했다.

호텔 측은 "관광명소 숙박시설 예약률을 50% 이하로 낮추는 방안은 사전협의 없이 정부지침으로 발표돼 저희로서는 매우 혼란스럽다"며 "모든 직원이 예약률을 확인하며 문자와 전화를 돌리고 있는데, 예약자 중에는 지난 2월부터 예약을 한 분들도 있어 취소를 권하기에 너무 죄송스러워 가장 늦게 예약을 한 분들부터 취소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과 비교하면 대형호텔의 어려움을 이야기하기에는 매우 송구스럽지만, 코로나19로 분명 작년에 비해 힘든 부분이 있었다"며 "마지막 연말 대목을 맞아 그나마 부진했던 매출을 보완할 수 있는 시기에 예약률 조정과 식당 폐쇄 등 지침이 내려와 아쉬운 마음도 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속초의 한 대형 리조트 관계자도 취재진과 통화에서 "바로 지난주까지만 해도 만실을 기록했는데 이번 주에 정부지침으로 급격하게 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너무 정신이 없다"며 "그나마 자발적인 예약취소가 이어져 50% 이내 예약률은 맞출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쳐)
한편 관광객 중 확진자가 많이 발생해 불안에 떨었던 주민들은 호응하는 분위기다. 주민 송모(35)씨는 "지금 온 나라가 어수선한 상황인데도 관광지를 찾는 분들은 개인의 잠깐 자유와 힐링을 위해 오는 거 아니겠느냐"며 "나 하나쯤이야, 이런 생각으로 오는 듯한데 당연히 지역민으로서는 부정적으로 볼 수밖에 없고 불안한 마음"이라고 지적했다.

또 "주민들도 바깥 외출을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이고, 제 아이도 어린이집에 못가는 등 불편함을 겪고 있다"며 "그래도 정부와 강릉시 지침으로 이번 연말에는 관광객들 이동이 확실히 제한될 것 같아서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주민 배모(57)씨는 "지방보다 서울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훨씬 더 많이 나오는 상황에서 관광객들이 동해안으로 몰려오는 것은 국민 생활권을 침해하는 것으로도 느껴진다"며 "관광지인 터라 상권이 살아야 지역민들도 좋지만, 올해만큼은 자제를 하는 게 맞다"고 호응했다.

앞서 지난 2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동해안 해돋이를 막아달라", "해맞이 강릉행 ktx를 중단해주세요" 등 요구가 잇따르며, 감염 확산 우려 목소리가 제기됐다.

해돋이 관광명소로 유명한 강원 동해안에서는 올해 모든 해변과 관광지 출입이 금지된다. 강릉과 속초 등은 해변 주차장도 폐쇄하고, 이를 어길 시 견인조치와 과태료 처분 등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동해안 지자체는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일출을 보기 위한 발걸음은 다음 기회로 미뤄주시기를 간곡하게 호소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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