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8대 대한테니스협회장 선거는 내년 1월 16일로 확정됐다. 지난 18일 협회장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일정이 결정됐다. 회장 후보 등록은 내년 1월 7, 8일 이틀 동안 이뤄진다.
일단 4명의 후보가 출마 의사를 밝혔다. 곽용운 현 회장(60)과 주원홍 전 회장(64), 정희균 전북테니스협회장(53), 김문일 전 국가대표 감독(73) 등이다.
4명 후보 모두 장점이 있다. 선거 규정에 따라 직무 정지 상태지만 곽 회장은 현 회장이라는 프리미엄이 있고, 정현과 권순우 등을 발굴한 전임 주 회장은 다시금 한국 테니스 부흥을 이끌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정세균 국무총리의 동생인 정 회장은 테니스 계파 갈등에서 벗어난 새로운 인물이라는 강점이 있고, 김 전 감독은 한국 테니스 원로의 저력을 자신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협회는 차입금 30억 원에 이자 25억 원, 재판 비용 등 약 60억 원을 미디어윌에 물어내야 할 판이다. 여기에 협회가 미디어윌로부터 받은 대여금으로 추진해 리모델링한 육사 테니스장이 있는 경기도 구리시와 관리 주체인 국방부에 내야 할 과태료도 10억 원에 이른다. 차기 협회장이 떠안아야 할 빚이 70억 원이나 되는 셈이다.
일단 곽 회장은 2심 패소 이후 살짝 몸을 낮추는 모양새다. 곽 회장은 "재판 결과가 좋지 않지만 어쨌든 협회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면서 "이 문제에 대한 확실한 해결책이 있는 후보가 회장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대책만 확실하다면 자신은 용퇴할 각오도 돼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느 후보도 대안이 없을 경우 본인이 끝까지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이다. 곽 회장은 "다른 3명의 후보를 보면 협회 재정 문제 해결책이 아직까지는 확실한 것 같지 않다"면서 "이럴 경우 미디어윌과 소송을 진행해온 만큼 결자해지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3심으로 가든, 부채를 갚든 다시 협회를 이끌겠다는 것이다.
주 전 회장은 이 문제를 자신만이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소송의 원인이 된 육사 테니스장 리모델링 사업은 자신이 회장 재임 시절 추진한 데다 미디어윌과 관계를 감안하면 다른 후보는 결코 감당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주 회장은 "다른 후보들이 60억 원에 달하는 부담을 해결하겠다고 하는데 상황을 전혀 모르고 하는 소리"라면서 "나만이 미디어윌과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곽 회장 체제의 협회는 미디어윌과 협약을 부인하고 직접 육사 코트를 운영하겠다고 나섰다. 이에 미디어윌은 협회를 상대로 대여금 반환 소송을 냈고, 1심과 2심에서 승소한 것이다. 주 전 회장은 "이런 상황에서 누가 미디어윌과 갈등을 풀 수 있겠느냐"면서 "내가 회장이 되면 재정 문제를 해결하고 육사 코트도 재개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다른 후보들도 저마다 문제 해결을 자신하고 있다. 정 회장은 "이 문제는 소송 당사자들인 곽 회장이나 주 전 회장이 아닌 새로운 인물이 해결해야 한다"면서 "내가 회장이 되면 미디어윌과 감정적 문제를 풀고 이자가 아닌 원금만 상환하는 합리적 방안을 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 방안에 대해서는 "협회가 후원업체의 현금 지원 등 16~17억 원의 자금이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이걸로 일단 대여금을 일부 상환하고 육사 코트 수익금으로 남은 액수를 갚아나가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정 회장은 "테니스인들이 협회와 미디어윌의 소송전에 진력이 난 상황"이라면서 "제 3의 인물이 회장이 돼서 갈등을 해소하고 화합을 이끌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강조했다.
김 전 감독 역시 마찬가지다. 김 감독은 "오랜 소송전으로 주 전 회장 등 기존 인사들에 대한 반감이 큰 상황에서 테니스 원로가 협회장을 맡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면서 "일단 협회에 있는 돈으로 대여금을 상환하고 이후 사업을 통해 나머지를 변제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2심 판결 전에 주 전 회장을 만났다"면서 "결국 주 전 회장이 협회장이 되지 못해도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 아니냐고 설득했다"고 전했다.
협회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현재 협회에 16~17억 원이 있는 게 아니고, 후원업체로부터 받아야 할 금액"이라면서 "패소로 가압류가 걸린 상황인데 승소하지 못하면 받지 못한다"고 귀띔했다. 정 회장이나 김 감독의 해결 방안이 현실화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2018년 정현의 호주오픈 4강 쾌거와 최근 권순우의 성장세로 부흥에 대한 희망이 생긴 한국 테니스. 과연 협회의 소모적인 소송전을 끝내고 한국 테니스의 발전을 이끌어갈 새 회장이 누가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