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커진 '尹 정직' 재판…'대통령 對 검찰총장' 희비 갈릴 듯

"재판부, 절차부터 징계 사유까지 다 물었다"
"사안중대" 속행 결정…징계 정당성까지 판단할 듯
靑은 선 그었는데…秋측, '대통령 징계권' 강조
사실상 대통령 對 윤석열 구도…한 쪽 타격 전망

윤석열 검찰총장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2개월 정직 징계' 효력을 지속할지, 중단할지를 판단하기 위한 법원의 심문이 22일 진행됐지만, 최종 결정은 미뤄졌다. 법원은 사안이 중대하다는 이유를 들어 이례적으로 오는 24일 2차 심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결론은 이달 내로는 나올 전망이다.

특히 재판부는 윤 총장이 징계 효력을 일단 중단해 달라고 신청한 이번 사건을 '본안(징계 취소) 소송격'으로 세밀하게 살펴보겠다는 의중을 내비치면서 판이 커지는 기류다. 징계가 적법한지 여부에 대한 1차적인 판단이 내려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피신청인인 추미애 법무부 장관 측이 방어 논리로 '대통령의 권한'을 앞세우면서 이번 재판은 청와대의 뜻과 달리 대통령 대 검찰총장의 구도로 흐르는 모양새다. 법원의 판단에 따라 둘 중 한 쪽은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尹 "위법 징계에 의한 檢 독립성 침해…회복 불가능한 손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홍순욱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윤 총장이 추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징계처분 집행정지 신청사건 심문을 진행했다. 재판엔 윤 총장과 추 장관 대신 양측의 법률대리인이 참석했다.

2시간 가량 이어진 재판 과정에서 윤 총장 측은 예고했던대로 감찰과 징계과정이 절차적으로 부당하게 이뤄졌다는 점, 이렇게 확정된 임기제 검찰총장에 대한 정직 징계는 검찰의 독립성‧중립성을 훼손해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발생시킨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징계가 지속되면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등 중요사건 수사에 영향을 미쳐 긴급하게 업무에 복귀해야 한다는 점도 주요 주장으로 삼았다. 윤 총장 측 법률대리인인 이완규 변호사는 1차 심문 종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부 의사에 반하는 수사를 했다는 이유로 검찰총장을 불행한 징계권 행사를 통해 이렇게 내쫓을 수 있다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폄하되고, 검찰의 존재 의의 자체가 없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법치주의 회복 관점에서 이 사건을 봐야한다는 말씀을 (재판부에) 많이 드렸다"고 밝혔다.

윤석열 검찰총장 정직 집행정지 1차 심문 종료. (사진=연합뉴스)
◇秋 "헌법상 규정된 대통령의 민주적 통제권 행사된 것"


반면 추 장관 측은 '대통령의 권한'을 앞세워 윤 총장의 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법원이 효력을 중지할 경우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이 침해된다는 게 핵심 취지다.

추 장관 측 법률대리인인 이옥형 변호사는 "헌법에는 대통령이 행정부 수반으로 돼 있고, 또 공무원에 대한 임면권을 갖는 것으로 규정돼 있다"며 "이번 징계 처분은 헌법과 법률이 대통령에게 부여하고 있는 민주적 통제권의 일환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또 대통령이 (징계를) 재가한 데에는 소모적인 국론분열을 막겠다는 취지도 포함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집행정지가 인용된다면 헌법상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취지의 말씀을 재판부에 드렸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윤 총장 징계 재가'는 헌법에 규정된 권한 행사로, 여기엔 고도의 정치적 고려도 반영됐다는 뜻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이는 "대통령은 재량없이 징계안을 그대로 재가하고 집행하게 된다"며 책임론에 선을 그은 청와대의 '기계적 집행론'과는 다소 배치되는 주장으로, 대통령을 이번 소송의 한 가운데에 끌어들인 셈이다. 이 변호사는 징계절차와 관련해서도 "역대 어떤 공무원 징계사건 보다도 징계 혐의자의 방어권이 보장됐다"고 주장했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법원, 24일 한 차례 더 심문키로…'징계적법성' 1차 판단 가능성

이런 첨예한 공방 속 법원은 결정을 일단 미루고 오는 24일 오후 3시 같은 법정에서 2차 심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보통 집행정지 신청 사건의 경우 법원은 징계 처분의 효력을 정지시킬 '필요'가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핀다. 그러나 이번엔 대통령이 재가한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징계 건인 만큼, 법원이 신중한 판단을 위해 본안 소송에서 다루는 '징계 적법성'까지 꼼꼼히 살펴 결론을 내릴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한 판사출신 변호사는 "이번에 징계 효력을 정지했다가, 향후 본안 소송에서 정당한 징계였음이 입증될 경우 법원으로선 상당한 부담인 만큼 징계 절차와 사유에 대해서도 꼼꼼히 살펴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추 장관 측도 "재판장은 이 사건이 사실상 본안(징계 취소) 재판과 다름 없는 것이어서 간략하게 진행하기는 어렵다는 취지였다"며 "심도 있는 심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재판 기류를 전했다. 실제로 재판부는 1차 심문 후 법률대리인들에게 질문서를 보내 △본안에 대해 어느 정도로 심리가 필요한지 △징계위원회의 구성이 적법한지 △개별적인 징계 사유가 무엇인지 △재판부 분석 문건의 용도가 무엇인지 △공공복리의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인지 등을 세밀하게 묻기도 했다.

표면적으로 '대통령 대 검찰총장'의 구도가 형성된 가운데, 법원이 징계가 정당한지에 대한 1차적 판단을 내놓게 될 경우 정치적 후폭풍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법조계에선 법원이 이런 정치 논란과 거리를 두기 위해 '검찰의 독립성 또는 대통령의 권한 침해' 주장보다는 나름 객관적으로 따질 수 있는 '징계 절차의 정당성' 부분을 판단의 주요 근거로 삼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같은 맥락에서 양측의 주장을 두루 반영한 '사정판결(事情判決)' 가능성도 일각에서 조심스럽게 언급된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절차적으로 위법, 부당하다고 하더라도 굳이 취소할 이유가 없다는 사정판결식 결론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고 밝혔다. 징계 절차가 부당하다는 윤 총장 측의 주장은 받아들이면서도, 효력을 중지하는 건 공공복리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애매한 결론이 나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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