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관계나 법리가) 애매할수록 같이 고민하고 케이스를 남기기 위해 사건화(입건)해야 한다."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논란이 경찰에서 '내사종결'된 것과 관련해 법조계에선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통상적인 경우라면 당연히 사건화(입건)돼 경찰 내부와 검찰의 단계적인 검토를 거쳤어야 할 일임에도, 이례적인 사건처리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21일 CBS노컷뉴스와 통화한 한 형사부 소속 검사는 "해당 케이스가 애매한 것은 맞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입건 자체를 안한 것은 큰 문제"라고 말했다. 몇 천 원짜리 절도 사건도 일단 사건화해서 층층이 검토를 받는 식으로 처리를 하는 경찰의 업무 관행을 고려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해당 검사는 "특히 피의자가 변호사 등 법조인이라면 검찰에서도 '보고사건'이라고 표기를 해서 시스템에 입력을 하고 상부에 보고한다"며 "경찰에서도 비슷한 경우 특별히 챙길 텐데 아예 입건조차 하지 않은 것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특히 법조계에서는 내년부터 검경 수사권조정으로 경찰의 수사종결권이 보장받게 된 상황에서 이번 '내사종결' 논란이 갖는 함의가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기존에 경찰은 내사종결 외에 일단 입건한 사건에 대해서는 기소·불기소 의견 여하에 상관없이 전부 검찰에 송치해 검토를 받아왔다. 그러나 수사권 조정 이후에는 입건한 사건이더라도 경찰이 스스로 불송치 결정을 내린다면 검찰에 보내지 않아도 된다.
사실상 내사종결처럼 드러나지 않게 자체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이 더 생긴 셈이다. 불송치 사건에 대해서는 고소인 등이 직접 이의신청을 했을 때에만 검찰에 사건이 넘어가고, 90일간 검토 후 검사가 재수사요청을 할 수 있다.
한 형사 전문 변호사는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고 법에 밝지 않은 사건관계인이라면 자신의 고소·고발 사건을 검찰에서 한 번 더 판단 받지 못한 채 경찰 단계에서 묻히게 될 위험이 커진 것"이라며 "'권력자 봐주기'는 물론이고 특히 감시의 눈이 어두운 지역이나 사회적 약자 관련 사건에서 폐해가 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개정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따르면, 기사가 운전 중이거나 승객을 하차시키기 위해 일시정지한 상태에서 폭행이 이뤄진 경우 합의여부와 무관하게 혐의가 적용된다. 이에 경찰이 전직 판사이자 지난 4월까지 법무부 법무실장으로 근무한 이 차관을 '봐주기'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커진 상황이다.
이 차관은 이날 오후 "개인적인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서 대단히 송구하다"며 "경찰에서 검토를 해 시시비비가 가려질 것으로 생각한다. 공직자가 된 만큼 앞으로 더욱 신중하게 처신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경찰은 이번 내사종결 논란과 관련해 해당 사건을 맡았던 실무자들을 중심으로 관련 판례를 다시 검토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