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술 운전' 6세 숨지게 한 50대 10년 구형…유족 "무기징역 선고"

코로나19 우려로 햄버거집 앞서 엄마 기다리던 6살
대낮 만취운전에 숨져…혈중알코올농도 0.144%
검찰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죄질 매우 불량"
유족 "큰아이, 동생 못 지켰다며 죄책감…구형 아쉽다"

(그래픽=고경민 기자/자료사진)
대낮 만취운전으로 가로등을 들이받아 햄버거집 앞에서 엄마를 기다리던 6세 아이를 숨지게 한 50대 남성에게 징역 10년이 구형됐다. 재판에 참석한 유족들은 "판사가 무기징역을 선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17일 검찰은 서울서부지법 형사11단독(권경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피고인 A(57)씨에 대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험운전치사) 사건 결심 공판에서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사건 당시 코로나19로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되고 있음에도 낮에 술을 먹고 운전대를 잡아 이 사건이 발생했다.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피고인의 한순간 잘못된 선택으로 피해자 가족들에게는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줬다"고 구형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재판부에 반성문과 사과문을 제출하고 있지만 용서는 유족들이 해야 할 일"이라며 "피해자 가족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했고, 가족들이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A씨는 지난 9월 6일 오후 3시 30분쯤 서울 서대문구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운전을 하다가 인도에 있는 가로등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가로등이 쓰러지면서 인근에 있던 이모(6)군을 덮쳤고, 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경찰 조사 결과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44%로 면허 취소 수준(0.08%)을 훨씬 웃돈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사고 당일 조기 축구 모임을 한 뒤 낮술을 마신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구속됐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당시는 수도권 내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기간으로 이군의 어머니가 햄버거 가게 내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이군과 형(9)을 가게 밖에서 기다리게 하다가 변을 당했다. 형은 간발의 차이로 참변을 면했다.

이날 재판에 참석한 이군의 어머니는 "사람이 죽었습니다. 음주운전은 실수가 아닙니다. 이건 살인입니다. 고의적 살인임을 알아주시길 바랍니다"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이군 어머니는 재판이 끝난 뒤에도 법정에 주저앉아 한참을 오열했다.

수의를 입고 마스크를 착용한 채 법정에 들어선 A씨는 재판 내내 고개를 숙이고 눈을 질끈 감고 있었다. A씨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전부 인정한다"면서도 "피고인은 지금껏 타인과 더불어 성실하게 살아왔다. 사회적 유대관계가 나쁘거나, 나쁜 짓을 벌인 적이 없다"고 재판부에 선처를 부탁했다.

A씨는 최후 변론에서 "제 잘못으로 아이를 잃은 부모님들께 죄송하다. 제가 죽을 죄를 지었다"며 "감옥에서 지난 시간 동안 죄책감으로 잠도 못자고 기도 드리며 반성하고 있다. 속죄하면서 피해자분들께 매일 기도하고 죄를 뉘우치겠다"고 말했다.

재판 직후 이군의 아버지는 "구형이 생각보다 적게 나온 것 같아 아쉽다"며 "판사님한테 진정서에 검사 구형보다, 기존의 판례보다 더 강력하게 처벌해달라고 요청을 했는데 선고에서 꼭 반영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도 큰 아이는 차를 보면 불안해 하고, 매일 사고 현장이 생각이 난다고 그런다. 동생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며 법원이 A씨를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A씨에 대한 선고는 다음 달 12일 오후에 내려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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