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충이는 솔잎, 농구인은 농구로 살아야죠"

농구인 출신 사업가 박건연, 대학농구연맹 회장 출마

한국대학농구연맹 회장에 출사표를 던진 농구인 출신 사업가 박건연 에이스기전 회장.(사진=박건연 회장)
농구인 출신 사업가 박건연 에이스기전 회장(58)이 90년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한 캠퍼스 농구 부활을 사명을 안고 대학농구연맹 회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박 회장은 지난 9일 대학농구연맹 차기 회장 선거 후보로 등록하고 공식 출마를 선언했다. 오는 18일 선거에 따라 4년 임기 회장 선출 여부가 결정된다.

당초 박 회장은 이번 회장 선거에 나설 의사가 없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2000년대 대학연맹 전무를 맡은 경험을 살려 대권에 도전하려 했지만 올해 굵직한 사업들을 맡아 회장 선거에 나설 여건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박 회장은 주변의 권유로 어렵게 결심을 굳혔다. 특히 현재는 성공한 기업인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한다"는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박 회장은 농구 명문 신일고-연세대 출신으로 실업은 물론 프로에서 지도자를 역임했다. 여자농구 현대 코치로 지도자에 입문한 박 회장은 외환은행, 우리은행 사령탑을 맡았고, 모교인 연대 코치와 감독에 이어 프로농구 서울 SK 코치를 지냈다. 남녀 국가대표 코치로도 활약한 박 감독은 2002 부산아시안게임에서는 김진 당시 대표팀 감독과 함께 금메달에 힘을 보탰다.

현장 밖에서도 경험이 풍부하다. 박 회장은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 해설위원으로 달변을 뽐냈고, 농구 전문지 '점프볼' 사장을 지낸 뒤 또 다른 전문지 '더바스켓'을 창간하며 현장에 날카로운 의견을 전했다.


그런 박 회장은 이후 사업가로 변신했다. 선우기전 부회장에 이어 현재 에이스기전 회장과 해양안전협회 총재를 맡고 있다. 지난해는 대한민국교육문화체육공헌대상에서 체육 부문 본상을 받았다.

1990년대 연세대 전성기를 이끌었던 최희암 당시 감독(위에서 둘째 줄 왼쪽 세 번째부터)과 박건연 코치.(사진=박건연 회장)
그런 박 회장이 힘겨운 대학연맹 회장에 도전하는 것은 농구에 대한 열정과 대학 농구 부활의 사명감 때문이다. 박 회장은 "현재 대학 리그는 광고 수입이 거의 없을 만큼 어려운 현실"이라면서 "1990년대만큼은 아니어도 대학 농구의 부활을 이끌고 싶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1990년대 중후반 연세대 전성기의 한 축이었다. 박 회장은 최희암 당시 감독을 10년 가까이 보필한 코치로서 한국 농구 르네상스에 한몫을 했다. 당시 연세대는 맞수 고려대와 함께 대학의 패기로 실업팀의 아성을 무너뜨리며 한국 농구 최전성기의 중심을 이뤘다.

현재 대학연맹 회장에는 김동욱 현 부회장도 출마한 상황이다. 김 부회장은 일명 '박찬호 크림'으로 잘 알려진 파워풀엑스 총괄본부장이기도 하다. 비농구인 출신 김 부회장은 기업인 출신답게 4년 내 3억 원을 마련해 연맹을 활성화할 뜻을 드러냈다.

하지만 박 회장도 사업가의 장점을 극대화하겠다는 각오다. 연맹 전무 시절에도 사업가의 수완을 발휘한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2000년대 연맹 전무 시절 당시 대학 농구 경기에는 10개 안팎의 광고가 붙었다"면서 "당시 40대 중후반이었는데 이제 연륜이 붙었고, 사업가로서 인맥도 쌓은 만큼 대학연맹의 살림을 더 윤택하게 할 수 있을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농구인의 열정을 강조하는 박 회장이다. 박 회장은 "주변에서 '농구인이 나서야 하지 않겠냐'고 하는 말이 마음에 와닿았다"면서 "현재 여자대학농구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남녀 프로농구는 물론 초중고 농구인들과 긴밀히 논의하면서 한국 대학 농구의 위기 탈출 해법을 마련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