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구 홍대 앞 거리는 소규모 테이크아웃 카페나 와플 가게 등 일부만 불이 켜져 있었다. 나머지 가게들은 밤 9시가 가까워질수록 하나둘 불이 꺼졌다.
홍대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50대 한모씨는 "오늘 손님이 아예 없었다. 연말이면 일 매출이 150만~200만원 수준인데 오늘 5만원 팔았다"고 말했다. 고깃집 사장 김모(63)씨의 사정도 비슷했다. 김씨는 "오늘 하루 한 테이블 받았고 어제는 아예 손님이 한 명도 안 왔다"며 "임대료 감면도 따로 없고 장사하는 사람들은 거지될 판"이라고 했다.
평일인 화요일 저녁인데도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난 사람들이 계산대 앞에 길게 줄을 서기도 했다. 계산 순서를 기다리던 40대 김모씨는 "마트 시간이 준다는 뉴스를 보고, 다행히 직장이 쉬는 날이라 평소보다 일찍 왔다"며 "불편함이 있지만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주 수능을 본 일부 수험생들은 학원에 나와 대학별 맞춤 논술 강의를 듣고 있었다. 방역당국은 대입을 준비하는 고3 수험생과 취직 등 직업훈련 관련 학원은 폐쇄조치에서 예외로 뒀다.
사라진 아이들은 비교적 가까운 곳에서 발견됐다. 학원 바로 옆 건물 지하에 있는 PC방에서는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약 100석에 이르는 좌석에 빈 자리가 거의 없을 정도로 많은 학생들이 게임을 하고 있었다.
학부모들 시름은 깊다. 이날 학원가 거리에서 만난 정모(45)씨는 고등학교 1학년 학생과 초등학생 등 세 자녀를 둔 학부모다. 정씨는 "평소 같으면 학원에서 기말고사를 준비할 시간이지만 지금 모두 집에 있다"며 "일부 학원이 비대면 강의를 하지만 수업을 듣고 있으면 속 터진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날 오후 찾은 신촌의 한 햄버거집은 사실상 거리두기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채 많은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 식사를 하고 있었다. 노트북을 켜고 자리를 잡고 일을 하거나 과제를 하는 이도 적잖았다. 평소라면 인근 카페에서 벌어질 풍경이 그대로 옮겨진 셈이다.
매장 점원은 "커피나 음료만 시킬 경우 좌석이용이 불가능하다. 버거 등 식사메뉴를 시켜야 한다"고 했다. 주문할 때 최대 '1시간'인 이용시간 제한 지침에 대한 안내는 따로 없었다. 매장 앞에서 만난 이모(23)씨는 "스터디 카페만 대여섯곳을 돌아봤는데 시험 기간이라 자리가 없어 왔다. 여기도 자리가 없어 다른 곳을 찾아보러 나가야 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도로 맞은 편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45)씨는 정부 방역조치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자영업 20년차라는 김씨는 "프랜차이즈와 개인 사업자에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우리 카페는 2~3층이라 테이크아웃을 하러 올라오지 않는다"고 혀를 찼다.
형평성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김씨는 "오후 9시까지 영업시간을 제한할 때도 매출이 반토막이 났는데 지금은 90% 이상 줄었다"라며 "아예 걸어잠글 때 3단계, 4단계로 강하게 하는 게 낫다. 찔끔찔끔 눈치보면서 할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