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의 경영 철학은 '사람 중심'이다. 가치를 가운데 놓고 환경, 안전 등을 고집스레 추구하기 때문에 볼보의 차라고 하면 '안전하지만 느린 차'라는 인식이 박혀 있었다.
하지만 XC60 T8은 고정관념은 통쾌하게 날려 버렸다.
4기통 2.0리터 가솔린 터보엔진(318마력)에 87마력의 전기모터가 결합돼 405마력의 괴력을 발휘했다. 최대토크에선 엔진이 40.8kg.m(2200-5400rpm), 전기모터가 24.5kg.m(0-3,000rpm)의 힘을 냈다.
그럼에도 최고속도는 시속 180km에서 전자적으로 제한된다.
한 마디로 '충분히 달릴 수 있다. 못 달리는 것이 아니라 안 달리는 것'이라고, 차가 운전자에게 말하는 격이다.
볼보의 파워트레인은 4기통 가솔린 엔진에 터보차저를 장착한 T4, T5를 기반으로 여기에 저출력 전기모터를 결합한 B4, B5 등이 기본이다. 2.0리터급으로 다운사이징된 엔진의 출력 향상을 위해 수퍼차저가 결합되면 T6가 되고, 여기에 다시 고출력 전기모터를 결합해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로 만든 것이 T8이다.
2030년 탄소 중립화를 선언한 볼보는 2021년형 모델부터 디젤 모델을 출시하지 않는다.
T8은 XC90에도 장착되지만, XC60에 더 기대를 둔 것은 차량의 무게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가벼운 XC60이 무거운 XC90에 비해 달리기 성능이 좋을 수밖에 없다.
이중 스포츠모드에 해당하는 파워모드에서 제로백이 5.3초, 일반적인 하이브리드모드에서도 5.8초를 기록했다.
최근 시승한 모델 중 빠른 축에 속했던 차는 마세라티의 스포츠 세단 콰트로포르테SQ4가 5.1초를 기록했었다. 두 차량 모두 2톤이 넘는 중량이지만, XC60의 공차중량이 약간 더 무겁다.(2185kg)
더 무거운 중량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가속력을 보여주는 것은 그만큼 XC60의 동력손실이 작고, 볼보의 기술력의 기본기가 탄탄하다는 방증이다.
무엇보다 '안전'을 중시하는 볼보의 경영철학의 단면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차체의 흔들림을 잡아주고, 충돌 회피, 차선 유지 기능 등 운전자와 동승객의 안전에 관한 기술에서 볼보는 다른 브랜드에 비해 앞서가고 있다.
다운사이징과 전동화를 거치며 연비도 좋아졌다. 공인연비는 10.9km/l이지만, 전기모터로 달리면 CO2 배출량이 0이고, 배터리와 모터만으로 30km 내외를 달릴 수 있다. 그러나 가솔린 엔진으로만 주행했을 때의 연비는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다.
현재 볼보는 '차가 없어서 못 파는'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인기의 비결이 독특한 브랜드 정체성에 있다는 것을 느꼈다. 같은 프리미엄이라도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추구하는 브랜드가 있는가 하면, 친환경 기술과 안전 등 독특한 가치를 중심으로 승부를 보는 브랜드가 볼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