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법원 등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 1-1부(성지호·정계선·황순교 부장판사)는 전날 사체유기 혐의로 기소된 A(25)씨에게 원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9월 서울 용산구 소재 자택 화장실에서 남아를 출산했으나, 아기는 출생 당시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A씨는 영아의 시신을 화장실 서랍 안에 이틀 동안 방치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A씨는 지난 2018년 11월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알게 된 남성과 성관계를 가졌고, 지난해 9월 복통으로 내원했다 초음파검사를 받고서야 임신 사실을 알게 됐다. 당시 A씨는 임신 35주째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한 달 전 복부 팽만감 등의 증세로 한의원을 방문했을 때엔 '변비로 장이 부풀어 오른 것'이란 진단을 받아 임신사실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산을 6주 앞둔 지난해 9월 초 심한 복통을 느낀 A씨는 결국 집 안 화장실에서 다량의 피와 함께 아기를 출산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사망한 태아의 탯줄을 가위로 자르고 몸을 씻긴 뒤 세면대 아래 서랍에 넣어둔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출산 당일에도 고열과 복부통증 등으로 출근이 어렵다 느꼈지만, 어머니로부터 '아픈 거 티내지 말고 일하라'는 질타를 받고 출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튿날 몸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조퇴를 해야 했고, 내원한 내과에서 '빨리 대학병원 산부인과로 가보라'는 말을 듣고 찾은 병원에서 임신사실을 들킨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6월 무죄 판결을 내린 1심 재판부는 영아 시신 방치는 인정하면서도 "피고인이 죽은 태아에 대한 조치를 일시적으로 보류 또는 회피한다는 의사를 넘어서서 장제 또는 감호를 하지 않을 생각으로 이를 방치한다는 유기의 고의까지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달리 피고인에게 사체유기의 고의가 있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출산 예정일보다 4주 이상 빠른 시점에 심한 복통을 느껴 출산을 대비하던 중 새벽 4시경 죽은 태아를 배출하게 됐다. 홀로 출산의 고통을 겪은 후 배출된 태아가 사망한 사실까지 확인했으므로 사건 당시 극도의 당혹감과 공포심을 느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출산 과정에서 다량의 피를 흘려 정신이 혼미한 상태였던 것으로 보이며, 태아 배출 무렵부터 패혈증 등을 앓아 고열과 복통에 시달리고 있었다"며 "이러한 피고인이 곧바로 자신의 임신 사실도 모르는 가족들에게 이를 알리고 경찰에 신고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을 기대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이같은 원심의 판단이 옳다고 봤다.
재판부는 "사실인정 및 판단을 기록과 대조해 면밀히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검사가 주장하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며 검찰의 항소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