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앱결제 연기, 한발 물러선 구글?…구글방지법 막으려는 '꼼수'

구글 "인앱결제 신규 앱도 내년 9월말까지 연기"…기존 앱은 그대로 추진
업계 반발·정치권 규제·애플 수수료 인하 의식한 듯
화난 사람들·IT 업계, 공정위 집단신고 "철회 아닌 연기, 대응 이어갈 것"
"한발 물러선 것 아닌 구글방지법 연내 통과 막고, 야당에 힘 실으려는 이기적인 조치"

(사진=연합뉴스)
구글이 국내 신규 앱에 한해 '인앱결제' 정책 적용 시점을 내년 1월에서 9월 말로 전격 연기하자, 업계 반발과 정치권 압박에 구글이 한발 물러섰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국내 스타트업은 앞서 예고한 대로 24일 공정거래위원회에 구글을 신고하기로 했다. 구글이 수수료 확대 도입 시점을 연기한 것은 '철회'가 아니라 말 그대로 '유예'인 데다, 그 목적이 여당이 추진 중인 인앱결제 강제정책 철회를 위한 이른바 '구글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통과를 막기 위한 '꼼수'라고 지적했다.

◇ 구글 "인앱결제, 신규 앱도 내년 9월 말까지 연기"

구글은 지난 23일 자사 블로그를 통해 "한국의 개발자와 전문가로부터 전달받은 의견을 수렴해 신규 콘텐츠 앱의 경우에도 결제 정책 유예기간을 2021년 9월30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9월 29일 구글은 온라인 간담회를 열고 새로 등록되는 앱은 내년 1월 20일부터, 기존 앱은 내년 9월 말부터 구글플레이 인앱결제를 의무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인앱결제'는 구글·애플이 자체 개발한 내부 결제 시스템으로 자사 앱스토어에서 유료 앱·콘텐츠를 각국의 신용카드, 각종 간편결제, 이통사 소액결제 등을 통해 결제하도록 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구글과 애플은 인앱결제를 통한 결제 금액의 30%를 플랫폼 운영비로 떼간다.

이같은 정책 발표 두 달 만에 돌연 변경한 것을 두고 구글은 "한국 개발자들이 관련 정책을 시스템에 적용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제공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신규 앱에 대해서도 기존 앱과 같은 시기까지 수수료 부과를 연기한다는 의미다.


◇ 구글 정책 변경 배경…업계 반발·정치권 압박·애플 수수료 인하 의식한 듯

구글의 이같은 정책 변경에 대해 국내 스타트업의 반발이 거세고, 정치권에서 구글에 대한 규제 마련에 나서자 "구글이 압박을 느끼고 한발 물러선 것"이라며 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앞서 구글의 인앱결제 및 수수료 확대 방침이 공식화되자 국내 콘텐츠 사업자들은 강하게 저항했다. 독점적 지위에 있는 구글의 행위로 30%의 수수료가 강제돼 모바일 콘텐츠 시장의 경쟁과 혁신이 저해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사업자들의 결제 서비스 선택권이 박탈되고, 높은 수수료가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것이란 점도 지적받았다.

정부·국회의 압박도 거셌다.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는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 방침에 대해 금지행위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최근 애플의 수수료 인하 방침도 구글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애플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서 앱 생태계를 보호하겠다면서 연 매출 100만(약 11억원) 달러 이하 중소 앱 개발사에 대한 앱스토어 수수료를 기존 30%에서 15%로 낮춘다고 발표했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마저 수수료 인하에 나서면서 전 세계적인 비판에 직면한 구글이 태세 전환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미지=연합뉴스)
◇ 여당, 구글방지법 연내 통과 압박에 '신중론' 펼치는 야당에 "힘 싣고 시간 벌기"

그러나 구글이 정책을 변경한 진짜 속내는 "이른바 '구글방지법' 통과를 막고 자사가 유리한대로 끌어가려는 이기적인 조치"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플랫폼에서 독점적 지위를 가진 앱마켓 사업자가 특정 결제 수단을 강제하지 못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마련을 논의 중이다.

구글 방침대로 내년 1월부터 수수료 변경 정책이 적용되면 소급적용 문제가 발생해, 정부와 여당은 반드시 연내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과방위는 오는 26일 정기국회 마지막 전체회의를 열고 법안의 본회의 상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다.

그러던 가운데 구글이 돌연 이같은 정책 변경을 밝힌 것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구글이 "일단 구글방지법의 연내 통과를 막고, '신중론'을 펼치는 야당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시간 끌기'로 보고 있다.

지난 10월 국정감사 때까지만 해도 여야 모두 "플랫폼 공룡에 대한 견제가 필요하다"며 한 목소리를 내다 최근 야당이 "구글방지법은 한국이 유일하다"며 구글방지법 통과를 막고 있다.

◇ 스타트업 '앱 통행세 구글' 공정위에 집단신고…"유예일뿐, 철회 아냐. 의미 없다"

공동소송 플랫폼을 표방하는 '화난사람들'과 공동 변호인단(16명)은 구글의 정책 변경은 "아무런 의미 없다"며 예고한 대로 이날 공정위에 구글을 신고한다. 구글의 시장 지배력 남용과 불공정 약관을 골자로 한다.

공동 변호인단은 성명서에서 "구글은 운영체제(OS)와 앱 마켓 지배력으로 인앱결제를 강제하고 30%라는 감당할 수 없는 독점적 가격(수수료)을 부과한다"며 "스타트업은 생존에 위협을 받고 모바일 생태계 혁신은 사라질 것이며 종속과 악순환만 남게 된다"고 주장했다.

구글과 달리 애플은 중소 개발회사에 대한 수수료율을 결제금액의 30%에서 15%로 인하하는 정책을 내놨다. 공동 변호인단은 일단 신고 대상을 구글로 한정했다. 공정위의 신속한 판단과 시정 명령을 끌어내겠다는 의도다.

진정대리인인 정종채 변호사(법무법인 정박)는 "애플이 10년 이상 유지하던 인앱결제 수수료 정책을 일부나마 바꿨다"며 "미국뿐 아니라 주요 국가의 경쟁 당국이 구글의 반독점 행위를 조사하기 시작한 만큼 우리(한국 공정위)도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변호사는 구글이 신규 앱 적용 시점을 늦춘 것도 "여당은 구글방지법의 조속한 통과를 압박하는 가운데, 이를 막으려는 야당에 힘을 실어주려는 조치"라면서 "물러서는 것처럼 보이면서 구글의 뜻대로 가져가기 위한 '꼼수'라고 꼬집었다.

최초롱 화난사람들 대표도 "(구글에) 불이익을 받을까 두려워 신고를 포기한 수많은 스타트업이 있다"며 "공정위가 이런 정황까지 철저히 조사해 달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신고서를 토대로 구글의 앱 수수료 30% 부과 방침이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등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혐의가 있는지 살펴볼 계획이다.

이에 앞서 공정위는 구글이 구글플레이에서 유통되는 모든 콘텐츠에 대해 인앱결제를 의무화하고, 결제액의 30%에 해당하는 돈을 수수료로 물리는 것에 대해 9월 말께부터 위법성을 따져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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